현대상선·한진해운 법정관리시 투자자 3조원 피해 예상

[데일리비즈온 이동훈 기자] 한진해운 오너일가가 회사를 부실덩어리로 만들어 놓고 경영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갈 위기에 놓이자 손실을 회피할 속셈으로 보유 한진해운 주식 전량을 처분한 부당내부자거래의혹에 대해 금융당국이 사실여부를 가리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25일 금융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오너 일가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을 비롯한 장녀 조유경, 차녀 조유홍 씨등 한진해운 오너일가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발표가 나오기 직전인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보유 중이던 한진해운 주식 96만여 주를 전량 매각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25일 주요주주였던 최 회장 일가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한진해운 주식을 매각하고 손실회피를 했는지를 조사하기로 했다. 자본시장조사단은 이번 사안이 주요 취약업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불공정 의심 사례의 첫 케이스라는 점에서 법 위반 행위 여부를 철저히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한진해운 오너일가가 은행에서 수조 원을 대출받으면서도 회사를 부실로 만들어 채권단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을 우려해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은 전형적인 ‘먹튀’라며 앞으로 취약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앞두고 이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최 회장 일가의 내부거래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동생인 고 조수호 회장의 부인으로, 고 조 회장이 2006년 타계 후 한진해운 경영을 총괄해 오다가 경영이 악화되자 2014년 경영권을 조양호 회장에게 넘겼다.
한편 국내 양대 해운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하기로 한데 따라 약 3조원에 이르는 회사의 채권을 산 투자자들에게 불똥이 튀었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금융당국이 부실기업의 무리한 자금 조달을 방치하고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춰온데 따라 이같이 거액을 떼일 수도 있는 위험에 처해 있다며 현대·한진 그룹 오너가 어떤 식으로든 부실 경영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추산에 따르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국내와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팔아넘긴 회사채 규모는 3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상선은 공모채와 회사채 신속인수제 차환 발행액이 각각 8천40억 원과 7천억 원 수준이다. 한진해운 역시 공모채로 4천500억 원과 회사채 신속인수제로 8천억 원을 발행했다.
선순위채권으로 사모 발행된 영구채와 해외사채 등에 투자한 국내외 투자자들은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현대상선은 2012년 200억원의 영구채와 2013년 1천300억원의 해외 교환사채를 발행했다.한진해운도 2014년 12월 1천960억원의 교환사채와 2천250만 달러의 해외변동금리부 사채를 팔았다.올해 2월에는 2천200억원의 영구채를 매각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가면 개인투자자들은 한푼도 건지지 못할 수도 있다. 양대 해운사가 보유한 부실채권의 절반 정도는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데 그동안 자구계획으로 자산 대부분을 처분한 점에 비추어 법정관리로 가면 변제율이 0%에 가까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의 경우 당장 다음 달 초 용선료 협상에서 실패하면 6월 초로 예정된 사채권자 집회 자체가 무산되고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내부자거래의혹을 받고 있는 한진해운 오너일가는 현대상선보다 한 술 더 떠 보유지분을 자율협약이전에 팔아 치우고 부실의 상당부분을 개인투자자들에게 전가했다는 점에서 현대상선보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금융계는 지적한다.
한진해운 회사채 등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현대상선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선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수년째 적자를 내는 등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무리하게 회사채를 팔았다는 이유로 이들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증권사의 불완전판매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동양사태가 터진 지 3년도 안 돼 금융당국이 당시 감독과 감시를 소홀히 한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