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브즈뷰티 비즈온팀 박홍준 기자] 정부가 해운조선·철강·석유화학업·건설 등 취약업종에 대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산업재편을 단행할 방침인 가운데 최우선 구조조정대상은 해운업이고, 그 중에서도 현대상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상선의 구조조정방식을 놓고는 관련부처의 의견이 서로 다른 온도차를 드러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부처 및 채권단간에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유일호 부총리는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해운업계 구조조정을 애초 제시한 계획대로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우선 해운업계와 조선업계에 ‘메스’를 가하되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취약업종에 대해서는 상반기 중 종합점검을 거쳐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부실기업의 흡수합병, 정리, 지원 등의 구조조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실기업을 죽이고 살리는 문제를 놓고는 구조조정을 총괄 조정하는 기획재정부, 취약업종 및 부실기업 관할부처와 관련부처는 물론 채권단의 입장도 헤아려야 하는 금융당국 간에 상당한 의견차가 예상된다.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심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거대부실을 안고 유동성위기에 몰려 있는 현대상선이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현대상선은 어떠한 경우든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양수산부는 우리경제의 높은 무역의존도, 동맹으로 이뤄진 해운산업의 특성 부산항의 경쟁력 등을 감안할 때 국적선사, 특히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양사체제를 유지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해운업계는 세계 여러 나라의 각 선사들이 모여 ‘얼라이언스’(동맹)를 맺는다. 국적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도 이런 해운동맹에 속해 있다. 같은 동맹 소속 외국선박들은 이에 따라 부산을 필수 기항지 중 하나로 이용하게 된다. 해운업계의 이 같은 특성 때문에 현대상선이 퇴출될 경우 부산항 이용이 줄어드는 것을 비롯해 국내 해운산업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해수부는 우리경제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할 때 현대상선은 존속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현대상선이 자구계획실천으로 경영정상화노력을 하고 있고 내년에는 해운업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정리보다 자금지원을 통해 회생에 중점을 둬야한다는 것이 해수부의 주장이다.
기재부와 금융위의 입장은 해수부와는 상당히 다르다. 기재부의 경우 산업의 특수성논란을 지속 하다보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실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상 업종이나 기업의 특수성을 참작을 해야겠지만 작은 문제에 집착하다가 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일호 부총리는 최근 “기업 구조조정을 직접 챙기겠다. 좀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 “현대상선이 가장 걱정된다. 정해진 스케줄이 있어 한없이 늦출 수 없다”며 속도전을 예고하고 나섰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입장에서는 산업재편을 통한 경쟁력확보라는 측면 못지않게 은행부실채권을 최소화 해 금융 산업이 취약화 되는 것도 막아야 할 입장이다. 따라서 현대상선 구조조정문제를 놓고는 채권확보와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경제전문가들은 관련부처나 채권단이 산업재편을 하는 과정에서 숱하게 이런 문제들에 봉착하게 되는 만큼 취약업종이나 부실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효과가 최대화 되도록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너무 앞뒤를 재다보면 구조조정 시늉만 내고 죽도 밥도 안 되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고 이들은 우려한다. 관련부처들 이견을 잘 조정하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수술’을 단행할 수 있느냐에 이번 구조조정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