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트렌드 코리아 2016(김난도, 전미영, 이향은, 이준영, 김서영, 최지혜 지음/ 미래의 창)’을 출간하고 2016년 대한민국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로 ‘멍키바(MONKEY BARS)’를 발표했다.
‘멍키바’는 어린이 놀이터나 군대 유격장에서 볼 수 있는 구름다리를 말한다. 2016년 대한민국을 둘러싼 정치, 사회, 경제적 위기의 깊은 골을 원숭이가 구름다리를 넘듯 신속하고 현명하게 무사히 건너, 안정된 2017년에 도달하고자 하는 소망을 담았다. 한국 경제가 원숭이의 재치와 날렵함으로 “나무에서 떨어지는 일 없이” 경기침체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도 담았다.
트렌드 코리아가 전망하는 2016 대한민국 소비트렌드를 포괄적으로 품고 있는 키워드는 바로 ‘플랜 Z’ 소비다.
풍요와 빈곤이 극적으로 교차되는 시대에 나타나는 플랜 Z 소비는 “통장 잔고가 0원일지라도 삶은 우아하게”를 모토로 삼는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한 푼이라도 절약해주는 ‘앱테크’의 도사로 거듭 나고 샘플세일과 리퍼브 제품의 마스터가 되는 방식으로 ‘우아한 서바이벌’을 이어간다.
플랜 Z의 시대의 또 다른 풍속인 ‘가성비’의 약진은 브랜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노브랜드’가 각광받는 시대에 사람들은 내용과 품질을 먼저 따지고 브랜드는 뒷전이 되어가고 있다. 소비자는 이미 브랜드의 후광이 아니더라도 객관적으로 품질은 판단할 정도로 정보에 민감하고 똑똑해져 있다.
‘우아한 서바이벌’을 도와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SNS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바로 ‘있어 보이는 것.’
주변의 너저분한 현실을 쏙 빼고 멋져 보이는 것들만 프레임에 담는 기술이야말로 ‘있어빌리티(있어 보이게 만드는 능력)’의 핵심이다. SNS에 뭔가를 올릴 때는 해시태그를 잊으면 안 된다. 오늘날 나와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뭉치기에는 또 해시태그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21세기 취향공동체는 해시태그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SNS와 인터넷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도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마을공동체나 가족공동체가 아니라 인터넷 공동체에 의지해 육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엄마들은 부모세대의 조언보다 인터넷 선배들의 말을 더 따른다.
이미 ‘국민OO’ 리스트를 모두 외우고 있는 신세대 엄마들은 모든 육아정보를 인터넷으로 공유하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육아법을 신뢰한다. 이들에게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마치 고층건물의 한 층, 한 층을 쌓아 올리는 단계별 건축 공정과 비슷하다. 설계자 엄마에게서 자라는 아이들을 일컬어 ‘아키텍-키즈’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오타쿠의 세상으로 폄하되던 1인 미디어는 거대자본을 갖춘 MCN의 지원을 받으며 새로운 스타탄생의 진원지로 떠오르는 중이다. 누구나 자기만의 방송국을 갖게 되는 시대의 새로운 콘텐츠 소비의 장이 열리면서 광고를 만들고 보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로 야기된 전반적인 불안감이 우리 사회를 엄습하고 있는 가운데 ‘과잉근심’이 도처에서 감지된다. 조그만 위험에도 극도로 몸을 사리는 사람들은 위험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제품과 서비스에 눈을 돌린다.
이와 같은 선상에서 에너지 위기와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도래한 100세 시대는 우리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삶의 양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16 트렌드코리아가 제시한 ‘미래형 자급자족’ 키워드는 지속적으로 잘 먹고 잘살기 위한 공동체적 해결법을 같이 찾아볼 것을 제안한다.
불안과 근심 속에서도 소비는 계속 되고 짜증나는 현실을 타파할 새로운 재밋거리를 찾기위해 사람들은 ‘원초적 본능’에 대해 몰두한다. 이왕이면 재미있게, 좀 더 신선하게, 아니면 아주 다르게. 사람들은 이제 싼 티 나는 B급 정서를 더반기고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들을 신선하게 바라본다. 키치적 재미에 눈뜬 브랜드들이 이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는 이유다.
‘연극적 개념소비’는 착한 소비라는 가면을 쓴 소비자들의 내면 심리를 파헤친다. 스마트폰으로 기부 앱을 다운받는 사람들. 과연 기부가 목적일까? 수십만 원 대의 에코백을 두서너 개씩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타적 소비가 기업들의 대의마케팅이 가져온 인위적 결과라면? 등에 대한 질문으로 착한 소비의 복잡한 이면을 들여다보았다.
[사진출처 = 미래의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