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1300억 해외송금하고도 피해자 보상은 '나몰라라'
옥시,1300억 해외송금하고도 피해자 보상은 '나몰라라'
  • 이동훈 기자
  • 승인 2016.04.2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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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 피해보상에 일체 응하지 않고 책임회피…물밑서 피해자 개별접촉 통해 합의추진
 

[데일리비즈온 이동훈 기자] 최근 가습기 살인살균제 파동의 중심에 서있는 영국계 기업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가 해마다 해외본사에는 수백억 원 규모의 막대한 송금을 하면서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보상문제에 있어서는 책임을 최대한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비난여론이 높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옥시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영국 본사 및 관계사에게 경영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총 1308억원을 송금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배당금 490억원과 로열티 484억원 그리고 경영자문수수료 280억 원 등 이었다.

하지만 살인살균제 파동의 주역인 옥시는 피해보상문제에 대한 책임을 극력 회피하는 모습이다. 옥시는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 사건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온 기존 법인인 주식회사를 해산하고 주주와 임원, 상호는 그대로 둔 채 동년 12월 회사 구조를 유한회사로 변경했다. 피해를 보상하지 않을 속셈으로 법인변경절차를 밟은 것이다.

검찰은 옥시가 회사구조를 주식회사에서 유산회사로 변경한 것은 외부 감사 및 공시 의무를 피하고,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민형사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변경전 옥시의 재무구조를 살펴보면, 2010년 옥시의 결산상 미처분이익잉여금은 547억원에 이른다. 미처분이익잉여금 547억원은 12월 12일 주식회사 옥시레킷벤키저가 유한회사 옥시레킷벤키저로 조직변경뒤 행방이 묘연하다. 피해보상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다고 발뺌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옥시는 유한회사로 조직변경한 뒤에도 2011년 2681억1363만원, 2012년 3013억5549만원, 2013년 2742억5173만원, 2014년 2568억1837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기순이익도 2011년 258억9722만원, 2012년 312억9189만원, 2013년 88억6317만원, 2014년 149억8494만원으로 약 1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이익금의 대부분도 해외본사 등으로 송금됐고 유한회사라는 점에서 피해보상에서 무한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옥시의 이같은 태도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로 임산부와 영·유아를 포함한 사망자 146명 가운데 103명의 피해자를 냈음에도 공식 사과나 피해자 보상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고 성토했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은 피해자 전수조사와 전문의 소견 등을 종합해 피해자 221명 중 177명이 옥시 제품을 써 대부분이 옥시제품에 의한 피해였다. 사망자도 94명 중 70명이 옥시 소비자였다고 검찰은 결론지었다.

옥시는 그런데도 피해보상문제을 일체 언급하지 않는 등 책임문제에서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피해자단체나 언론에서 면담요청을 하지만 옥시는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5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들이 영국 본사를 찾아갔을 때에도 옥시는 만나주지도 않았다.

옥시측은 그러면서 보상규모를 최대한으로 줄일 속셈으로  비밀리에 피해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손해배상 합의 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옥시는 합의금 조건으로 ‘가습기 제품과 관련한 민형사상 청구나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다’ ‘손해배상을 한다고 해서 옥시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문구를 포함한 조정문과 각서를 작성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옥시측이 피해자들과 민사 소송에 대한 합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해당사실을 확인해줬다.현재 피해자 유족들은 옥시측이 합의 보다는 진상을 낱낱이 공개하고, 진정성 있게 피해 구제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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