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법무부가 진경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급)이 넥슨 ‘주식대박’으로 120억 원을 거머쥔 사건과 관련, 사표만 수리하되 진상은 조사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는데 대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검은 거래' 여부를 밝혀내야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아울러 이 사건 당사자이면서도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넥슨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를 실시해야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진 검사장이 일반투자자에게서 비상장주식을 사들여 거액의 시세차익을 얻게 됐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지난 2005년 비상장사였던 넥슨 주식을 사들인 과정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설명을 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넥슨 김정주 대표와 친분을 보여주는 정황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넥슨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5일 성명을 통해 ‘주식 대박’ 의혹을 일으킨 뒤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진경준(49·사법연수원 21기)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에 대해 “검찰은 진 검사장을 즉각 피의자로 소환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변협은 이 성명에서 “진 검사장은 금융감독위원회의 금융정보분석원(FIU) 파견 근무를 마친 다음 해인 2005년 당시 비상장 회사인 넥슨의 주식 8500주를 취득했다가 지난해 126억 원에 전량 매도해 120억 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보도됐다”며 “진 검사장은 지인으로부터 매입했다고만 할 뿐 주식 취득경위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 검사장이 비상장 주식에 관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금융정보분석원에 근무했다는 점에서 주식 취득과 직무관련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넥슨 법인등기부등본에 ‘회사 주식의 양도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한다’는 주식 양도 제한 조항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진 검사장이 넥슨과의 부적절한 거래를 통해 장차 상장될 우량 기업의 주식을 취득했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 검사장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주식매입 경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사표를 제출했다는 점은 주식 취득이 정상적인 방법과 절차를 거친 것이 아니라는 의심을 들게 한다”며 “향후 진 검사장이 변호사 활동을 위해 변호사등록을 신청하더라도 사실상 사건의 실체를 밝힐 방법이 없는 반면 세간의 의혹은 해소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이 같은 맥락에서 “검찰은 하루속히 진 검사장을 비상장 주식 부당취득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는 수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진 검사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협과 거의 때를 같이하여 주요일간지들도 진 검사장이 “자연인의 입장에서 조사받겠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지만 주식 매입 가격과 수량, 매입 경위 등에서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사퇴만으로는 여러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데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면·해임 등 중징계에 해당된다면서 이번 사안은 사표 수리로 끝낼 것이 아니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진 검사장은 재산이 지난해 12월말 기준 156억5600만원으로 전년도 116억여 원 대비 40억 원 가까이 늘었다는 사실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를 통해 드러났다. '주식 대박' 의혹이 불거지자 진 검사장은 지난달 31일 “주식 투자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 뒤 지난 2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넥슨이 이 사안에 깊숙이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데도 넥슨 측은 지금껏 입을 꼭 다물고 있어 궁금증은 한층 증폭되고 있다.
진 검사장은 해명에서 넥슨은 일체 거론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일 배포한 해명 자료에서 2005년 당시 이민 때문에 급히 넥슨 주식을 처분하려는 일반인 투자자에게서 기존 자금을 이용해 액면가 500원보다 훨씬 비싼 수 만원에 주식을 샀다고 밝혔다. 이 투자자는 당시 외국계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던 대학 친구의 지인이라 매매가 성사됐으나, 개인 간의 거래이고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어서 상세한 내용을 밝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정도로는 넥슨이 관련돼 있다는 의혹 해명에 충분치 못해 의심의 눈길은 더욱 쏠리고 있다. 그가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는데다 갑자기 사표를 제출하면서 떳떳한 거래라고 밝힐 수 없는 말 못할 사정이 있으며 그 중심에 넥슨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이 때문에 중요 당사자 중 하나인 넥슨이 적극적으로 의혹 해소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 검사장이 친구 3명과 돈을 모아 매입한 넥슨의 주식이 전체 지분의 1%에 근접하는 적지 않은 규모인데다 특혜나 내부자 정보 이용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넥슨은 이 사안에 입을 꼭 다물고 있은 입장이 아니다.
하지만 넥슨은 지금껏 ‘법적 문제가 없었던 사안’이라면서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넥슨 창업주이자 현 최고의사결정권자인 김정주 엔엑스씨(넥슨 지주회사) 회장은 진 본부장과 서울대 동기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대외 활동을 꺼리는 김 회장의 ‘은둔자’적 성향을 볼 때 앞으로도 적극 해명에 나설 개연성이 적다는 관측이다. 넥슨 측은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지만 김 회장이 직접 해명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해진 입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나 투자자들은 당사자인 검 검사장과 더불어 넥슨측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검은 거래’의 실체를 밝혀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나서서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진 본부장이 어떻게 주식을 취득했고 자신과 어떤 관계를 유지했는지 밝혀준다면 각종 의혹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울러 김 회장도 이번 일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해명하는 것이 기업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