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신용평가 체계가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뀐다. 금융위원회는 30일, '개인신용평가체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현행 1∼10등급의 등급제를 미국·독일과 같은 점수제로 전환한다. 현행 개인신용평가는 등급 중심으로 운영되어 리스크 평가가 세분화되지 못하고 등급간 절벽효과 발생한다. 현재 한 등급에 300~1,000만명이 넘는 개인이 밀집하기도 한다.
다만, 점수제 전환은 시장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자체여신심사 역량이 갖추어진 대형금융사를 대상으로 2018년 하반기부터 우선 추진하고 2019년부터는 전금융권으로 점수제 전환을 실시한다. 이를 위해 금년 중 관련 법령 개정도 함께 추진한다.
금융위는 이렇게 점수제로 전환되면 약 240만의 금융소비자가 기존의 등급제보다 대출금리에서 연 1%p 정도의 금리 절감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은행, 상호금융, 보험, 캐피탈, 카드, 저축은행, 대부업 등 대출을 빌린 '업권'을 중심으로 매겨지던 신용평가가 각 대출의 '금리'를 중심으로 매겨진다. 예를 들어 제2금융권을 이용하더라도 금리 차이가 크다. 이 때 현재는 캐피탈·카드사에서 빌리면 평균 0.88등급, 저축은행에서 빌리면 1.61등급이 하락한다. 그런데 2금융권에서 빌리더라도 낮은 금리에서 빌리면 신용점수가 그만큼 더 상승한다.
금융위는 금리 중심의 신용평가로 중금리 대출자 41만명의 신용점수가 상승하고, 이중 21만명은 등급 자체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도금 대출이나 유가증권 담보대출 등에서도 업권별 신용위험에 차이가 없는 경우 은행권 수준으로 평가해 최대 47만명의 신용점수가 오르고, 13만6천명은 등급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일정 금액을 일정 기간 이상 갚지 못하면 장·단기 연체로 등록돼 신용점수·등급이 하락하는데, 이 기준도 시대 변화에 맞게 바뀐다.
단기 연체(10만원 이상, 5일 이상 연체) 등록 기준은 30만원 이상, 30일 이상으로 완화된다. 장기 연체(50만원 이상, 3개월 이상 연체) 등록 기준도 100만원 이상, 3개월 이상으로 변경된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현재 단기연체 등록자 123만8천명 중 6만3천명이, 장기연체 등록자 94만3천명 중 6만4천명 등 총 12만7천명의 등록이 해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연체금을 갚아도 단기·상거래 연체는 3년간 이력이 남아 신용평가에 반영되지만, 이를 1년으로 단축한다. 금융위는 이로 인해 116만5천명의 신용점수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단기연체를 반복하는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해 최근 5년간 2건 이상 연체 이력이 있으면 현행대로 3년간 남겨두기로 했다. 장기연체는 사실상 무기한으로 정보가 남지만, 앞으로는 이 정보 대신 법원의 채무불이행자 명부를 활용하기로 했다.
또 사회 초년생이나 은퇴자 등 '금융 이력 부족자'에 대해선 비(非) 금융정보를 신용평가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현재 신용정보사(CB)에 등록된 4천515만명 중 1천107만명이 금융 이력 부족자다. 평가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4∼6등급이다.
세금, 사회보험료, 통신요금 납부 실적에 더해 민간보험료 납부 실적이나 체크카드 실적, 온라인 쇼핑몰 거래 실적까지 고려해 이들의 신용도를 최대한 공정하게 평가하겠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그 밖에 금융위는 자신의 신용점수 변화를 예측·관리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가칭 '내신용 계산기')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신용평가 결과에 대한 설명을 CB사나 금융회사에 요구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권리도 보장하기로 하는 등 신용평가 주요정보에 대한 고객 통지의무를 강화하며 정보 주체의 적극적 대응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금융위 김용범 부위원장은 "많은 청년이 금융이용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IT 전당포' 등 고금리 대부업체로 내몰린다"며 "개인신용평가 체계를 고도화해 더 많은 청년을 제도권 금융으로 포용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