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온 박홍준 기자] 중소기업청이 멀쩡한 중소기업을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으로 간주하고 검찰고발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중소기업청의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으로 중기청 스스로가 중소기업개념조차 명확하게 정립하지 못한 채 중소기업정책을 펴고 있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소기업계일각에서는 중소기업적합업종에서도 중소기업을 보호하자는 것인지, 아닌지 애매모호한 태도로 중기청의 중기정책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중기청이 이런 실수를 저지른 것은 직원들이 중소기업관련법 등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원인이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14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기청은 중소기업판로확대책의 일환으로 중소기업에 한해 정부조달시장 입찰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으나 최근에 대·중견기업 계열사 22개가 중소기업을 위장해 입찰에 참여한 사실을 적발하고 이중 12개 기업을 검찰에 고발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직후 일부 중소기업들은 중기청의 발표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서 중소기업청에 즉각 항의했다. 이들은 중기청이 대기업이라고 적발했지만 자신들은 중소기업요건을 모두 갖춘 중소기업으로 중기청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중기청은 업계의 항의에 사실 확인에 나서 자신들이 잘못한 점을 시인하고 6개사를 적발대상에서 배제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정부기관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른 것은 무사안일한 근무자세로 탁상행정에 젖은 탓으로 모럴해저드의 극치를 보여줬다고 중소기업계는 비판했다.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중기청공무원들의 이런 실수는 주영섭 청장의 리더십에 상당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면 관련 공무원들에 대해 징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중소기업인데 중기청이 위장 중소기업으로 적발한 업체는 GS홈쇼핑의 계열사인 전자책 서점 탭온북스, 신송홀딩스의 장류제조업체 신송식품, 디아이의 도·소매업체 동일시마즈, 팅크웨어의 지도제작업체 엠아이웍스, 솔본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인피니트헬스케어·제론헬스케어다.
검찰고발 대상에 올랐던 솔본계열사인 인피니트헬스케어와 엠아이웍스는 고발 대상에 포함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우려됐으나 사실확인 결과 중소기업으로 판명돼 고발대상에서 제외됐다.
인피니트헬스케어의 경우 중소기업기본법상 규정을 잘못 적용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일반적인 재무제표 합산 방식이 아니라 기준이 느슨한 중소기업기본법상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인피니트헬스케어를 보유한 모기업 솔본은 중소기업인데, 중기청은 솔본을 중견기업으로 판단했다.
중기청은 이 문제에 대해 뒤늦게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러나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대체 넋 나간 사람들이지 중기정책을 총괄하는 부서가 중소기업개념도 잘 모르면서 정책을 세운다는 것은 정말 한심스런 일”이라고 개탄했다. 중기청은 연결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고 일부 회사에서는 최대주주를 잘못 파악해서 이런 실수가 빚어졌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중기청이 이런 기본적인 문제에서 실수라고 뒤늦게 해명하는 일이 벌어진 것은 그만큼 기장이 해이하고 중기청공무원들에게서 일하는 자세를 찾아 볼 수 없는 실례가 아니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