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LG그룹이 계열사이던 LG상사를 지주회사 체제 내로 편입시키기로 전격 결정했다.
LG그룹은 지난 9일 LG상사의 LG상사의 총수 일가 개인 대주주 지분 24.7%(957만1,336주)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LG그룹의 LG상사 개인 대주주 지분 인수에는 문재인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강화를 피하려는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제란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적용 대상은 현행법상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가 총수일가 지분이 20%(상장사는 30%) 이상인 계열회사와 거래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지분 구조에서 정상거래가격과의 가격차이가 7%이상 나거나 국내 일감(매출액)의 12%이상 또는 200억원 이상을 내부거래로 올리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위반이 확정되면 총수 일가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으며 해당 기업은 최근 3개년도의 평균 매출액 5%이상의 과징금을 부과받는다.
그러나 최근 이 규정이 좀 더 강화돼야 한다는 여론을 입고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가 총수일가 지분에서 상장사도 20%이상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도록 기준을 강화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고 11월 현재 소위원회 회부 중이다.
대기업 갑질과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규제하려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의지가 강력하고 또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높은 상황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총수일가 지분이 20%가 넘는 대기업들은 비상상황이다. 이미 지난 9월부터는 대림그룹에 총수일가 사익편취, 일감몰아주기에 관한 공정위 조사가 실시고 있는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어떤 대기업이 조사를 받고 있는지, 어떤 대기업이 조사를 받게 될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으나 LG그룹, LG상사의 경우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일감몰아주기가 오래 전부터 비판되어왔었다.
독특한 장자상속과 인화라는 가업계승 제도, 철학을 통해 전통적으로 차남 연소자와 여자를 차별하고 장자에게 특혜를 주어온 LG그룹은 현재 LG가의 장자인 구본무 회장과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경영하고 있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이 일선에서 은퇴하여 구본준 부회장이 사실상 LG그룹을 총괄 경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LG상사는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장남이자 LG가문 4세인 구광모 상무가 LG그룹 경영 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여겨지던 곳이다. 특별히 물류 회사는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를 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에 LG상사를 점찍고 물류부문을 독자적으로 키워온 것으로 보인다.
LG상사는 2015년, 구광모 LG 상무의 지분이 7.5%인 범한판토스의 지분 51%를 3147억원에 인수했다. 또 범한판토스는 지난해 LG전자 물류회사인 하이로지스틱스를 흡수 합병했고 사명을 판토스(판토스 로지스틱스)로 변경했다. 물류회사 판토스는 LG상사, LG그룹의 유통 부문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판토스는 내부거래 비율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지배력을 키워왔다.
이렇게 LG그룹 장자상속 가업승계의 큰 그림에 따라 구광모 상무가 LG상사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오고 있는 중에 LG상사에서 내부거래 및 총수 사익 편취에 관한 잡음이 계속 발생해왔고 이번에 정부와 공정위의 총수 일가 사익편취,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움직임에 따라 LG그룹 차원에서 서둘러 LG상사의 총수 일가 지분을 인수하고 지주회사 체제 속으로 LG상사를 편입시킨 것으로 보인다.
현재 LG상사의 지분은 구본준 LG 부회장이 3.01%, 구본무 LG 회장이 2.51%, 구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 경영전략팀 상무가 2.11%를 갖고 있는 등 LG 계열 개인 대주주가 12.0%를, LG에서 계열 분리된 희성그룹, LF 등의 개인 대주주가 14.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11조9667억 원, 영업이익 1740억 원을 기록했다.
한편, 최근까지 판토스의 LG상사 총수일가 지분은 19.9%로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0.1%p차이로 법을 피해가고 있는 것이 탈법이라 볼 수도 있고 이러한 탈법에 따라 사실상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가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이 내려질 수도 있다.
게다가 판토스의 모기업인 LG상사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율이 27.57%인데 상장사도 총수일가 지분 20%만 넘으면 사익편취 금지, 일감밀어주기 규제 대상이 되어 전체적으로 LG상사-판토스로 이어지는 구조가 공정거래법 저촉으로 판정될 수 있다.
이러한 사정 하에서 LG그룹이 LG상사의 총수일가 지분을 전격인수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LG그룹은 구광모 상무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구본준 부회장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4세 승계 작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