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온 박홍준 기자] 안전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도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또 근로자가 감전되는 안전사고가 발생해 현대제철은 여전히 허술한 안전관리로 `최악의 살인기업`이란 오명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올해들어 지난 2월 현대제철 충남 당진공장 공장 근무자가 감전되는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현대제철 포항특수강공장 노동자가 안전사고로, 4월에는 인천공장 노동자가 쇳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데 이은 비교적 큰 안전사고다. 하지만 현대제철측은 이사고를 ‘발을 삐는 정도’의 경미한 사고로 여겨 소방서에 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9일 철강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공장 관계자 등에 따르면 충남 당진 현대제철 공장에서 소속 근로자 A씨가 지난 22일 공장 안에서 작업을 하다 전선에 감전됐다. 이 근로자는 사고로 2도의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현재 치료를 받고 있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화상 정도를 놓고는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제철측은 발을 삐는 정도의 아주 작은 사고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측은 이번 감전사고에 대해 “감전사고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고정도는 경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전을 당한 경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이번 안전사고가 현대측의 해명대로 과연 경미한 것인지를 판단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현대제철 측은 2도 화상을 입은 이 근로자가 감전사고후 즉각 응급실로 실려가 응급조치를 받은 후 얼마 전에는 일반 병실로 옮겨 건강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며 작은 사고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현대제철측과는 달리 목격자들은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의 화상이라면서 큰 안전사고라고 주장한다. 최근 환경TV는 목격자들의 제보와 증언을 토대로 “A씨의 얼굴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일그러졌다”고 보도했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2도 화상도 심각한 상태지만 얼굴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화상을 입었다면 2도 화상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환경TV는 전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현대제철이 이 감전사고를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는 데 있다. 현대제철측은 경미한 사고로 간주해 관할 소방서 및 경찰서에 신고할 필요도 느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공장 내부에 있는 응급차로 A씨를 병원에 이송했다”며, 경미한 사고의 경우 소방서에 따로 보고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감전사고를 소방서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측의 주장과는 달리 목격자들의 진술과 전문가들의 견해는 달라 소방서 등에 신고해야할 정도의 큰 감전사고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현대제철 측이 고의로 사고를 숨기려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동안 현대제철 공장에서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해 노동단체들이 ‘죽음의 공장’으로 불릴 정도였고 보면 사고를 실제보다 축소 은폐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대제철은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모두 20차례나 산업재해 발생 보고 의무를 위반한 점에 비추어 이번 사고도 실제보다 축소해 신고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 2012년 이후 현재까지 현대제철에서는 정규직 및 사내 하청 노동자 등 18명의 노동자들이 허술한 안전관리로 인해 작업 도중 잇달아 사망했다. 여기에서 현대제철은 노동단체들로부터 ‘노동자의 무덤·살인기업’으로 불릴 정도였다.
정몽구 회장의 특명으로 현대제철이 거액의 안전투자로 안전사고 제로화에 노력하고 있는데도 산재사고는 빈발하고 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무엇보다도 안전책임을 하청업체에 넘기려는 ‘갑질’에 있다. 지난해 4월 생산라인이 멈추는 시간을 이용해 공기가 새는 호스를 교환하는 작업을 하다 변을 당한 A씨 사고의 경우 이 작업을 하려면 작동스위치카버 등을 씌우는 안전조치가 필요했지만 현장에는 안전관리인력이 한명도 없었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하청업체다 책임지도록 하는 구조 때문이다.
포항공장의 열악한 환경도 문제다. 철강업계는 현대제철의 국내 공장들이 다른 철강업계보다 크레인 이동 경로가 복잡하고, 생산효율을 높이려고 한 공장에 많은 설비를 채워 넣어 안전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는 근무환경이라고 지적한다.
현대 측이 포항공장의 비중을 줄이고 당진으로 대부분의 설비를 이전하고 있는 것도 안전사고의 위험사고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의당 경북도당 박창호 위원장은 지난해 “대부분 설비가 당진으로 이전하면서 포항은 수십년 된 노후설비가 주를 이룬다”면서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포항공장 노후설비에 대한 투자 등 작업조건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