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온 박홍준 기자] 삼성은 오는 3월 정기주총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배불리기를 비롯한 경영전반에서 ‘삼성 방패막이’ 역할을 할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려 하고 있어 ‘주주가치제고’라는 기치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에 따라 삼성의 주요계열사들이 오는 3월11일 정기주총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내건 만큼 전직관료나 친 삼성인사 등 삼성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로비나 거수기 역할을 방패막인 인사들을 배제하고 주주가치를 높일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것을 촉구했다.
개혁연대는 삼성이 이질적 인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순혈주의’ 버리고 사외이사를 제대로 뽑아야 진정한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25일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삼성그룹산하 9개 계열사의 사외이사 후보(신규선임 및 재선임 포함)를 보면 대다수가 전직 관료 출신이거나 이해가 상충되는 인사, 또는 삼성그룹의 이해를 대변해온 친 삼성 인사들로 채워졌다.

삼성전자의 송광수 후보(재선임)는 검찰총장 출신으로 2007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재직해 왔다. 김앤장은 작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 측을 대리한 로펌으로 이재용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지배구조강화를 뒷받침해온 것으로 잘알려져 있다.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의 박재완 후보(신규선임)는 삼성계열 학교법인인 성균관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제일기획 김민호 후보(신규선임)와 크레듀 황대준 후보(재선임) 역시 성균관대학교 현직 교수다. 삼성이 이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데 이들이 삼성경영진에 합류해 바른 말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호텔신라에서도 삼성방패를 할 후보들 일색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우 후보(신규선임)는 재경부 관료 출신으로 2010년부터 법무법인 율촌 고문을 맡고 있는데, 법무법인 율촌은 2014년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편에서 소송을 대리한 경력이 있다.
호텔신라의 다른 두 후보는 모두 전직 관료 출신으로, 정진호 후보(재선임)는 법무부 차관, 오영호 후보(신규선임)는 산업자원부 차관을 지내 삼성의 이익극대화를 위한 로비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원 김영걸 후보(신규선임) 역시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으로 관료 출신이고, 삼성중공업 박봉흠 후보(신규선임) 역시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바 있다. 특히 박봉흠 후보는 현재 삼성생명보험의 사외이사인데, 3월 11일로 임기가 만료된다고는 하지만 계열사를 순회하며 사외이사를 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계열사 사외후보에서도 바른 말을 할 인사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삼성화재 손병조 후보(재선임)는 관세청 차장 출신으로 2010년부터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으로 있는데, 법무법인 태평양은 2014년 삼성SDI-제일모직 합병, 2014년 제일모직 상장, 2015년 삼성-한화 빅딜 등을 자문했다. 삼성화재의 문효남 후보(재선임)는 부산고검장, 삼성생명 허경욱 후보(신규선임)는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이다.
삼성증권의 김성진 후보(재선임)는 기획예산처와 대통령비서실 정책수석실을 거쳐 중소기업청장,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하였으며, 문경태 후보(신규선임) 역시 보건복지부 관료 출신으로 현재 법무법인 세종의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법무법인 세종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맹희 CJ 그룹 명예회장 간의 4조원 대 유산소송에서 이건희 회장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바 있다.
전직 관료나 이해상충인사로 분류할 수는 없지만 삼성화재 조동근 후보(신규선임)의 경우 쟁점이 있을 때 마다 삼성을 지지한 친 삼성인다. 그는 2007년 삼성특검 때나, 2015년 삼성물산-엘리엇 분쟁 등에서 토론회, 칼럼 등을 통해 삼성을 옹호하고 지지해온 인사다. 삼성생명 김두철 후보(재선임) 역시 2006년 생명보험사 상장 문제가 논란이 되었을 당시 상장차익을 유보험계약자들에게 돌리기 보다는 생명보험사들의 입장을 두둔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문제 등 큰 위기를 겪고 난 후 삼성은 자사주 매입⋅소각과 주주권익위원회 설치 등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으나 이번 사외이사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변화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주주들을 버리고 총수일가를 위해 앞장섰던 인사들, 그리고 정치권 ⋅ 정부 ⋅ 사법부에 대해 로비스트로 일할 전직 고위관료들만으로 사외이사 자리를 채우고서 어찌 주주가치 제고를 운운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이 진정으로 주주친화 경영을 하겠다면 무엇보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여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충실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선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출처 = 경제개혁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