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재벌개혁 시작은 부영 이어 삼성의 삼우?
공정위, 재벌개혁 시작은 부영 이어 삼성의 삼우?
  • 안옥희 기자
  • 승인 2017.06.1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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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우는 삼성의 위장계열사, 녹취록 등 증거 드러나…공정위 관련 조사 중
ⓒ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후 공정위가 대기업에 대한 첫 조치로 18일 계열사 현황 자료를 10년 넘게 허위로 신고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고발하면서 ‘재벌개혁’의 신호탄을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가운데 삼성그룹이 국내 최대 건축설계사무소인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삼우)를 수십년간 위장계열사로 운영했다는 증언과 증거가 드러나 부영에 이은 재벌개혁대상에 오를지 주목된다.

19일 관계당국과 한겨레신문 보도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삼성물산 A 전무가 삼우의 분할합병에 대해 삼성 임원들이 직접 실질적으로 진행하고 마무리했다고 말하는 녹취록 내용과 증거 자료가 공개돼  삼우가 삼성의 위장계열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A 전무의 발언은 삼우의 전직 간부가 ‘삼성을 대리해온 삼우 차명주주들의 전횡을 삼성이 조처해달라’는 호소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삼우가 삼성의 위장계열사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삼우 소속 직원들의 인사카드에는 ‘삼우설계’와 ‘삼성’ 두 회사의 입사일이 ‘19○○년/○월○일(그룹), 19○○년/○월○일(당사)’ 등의 방식으로 기록돼 있으며, 삼우 직원이 ‘삼성공동의료보험조합’에 가입돼 있다.

지난해 8월 한겨레21 보도를 통해 2013~2014년 복수의 삼우 고위 임직원이 사원설명회에서 “삼우의 원소유주가 삼성이고, 삼우의 현 주주들은 삼성을 대리하는 주식명의자”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삼우는 1976년 설립 이래 삼성계열사의 건축 설계를 주로 맡아와 삼성그룹의 위장계열사라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는 1976년 중앙개발(현 삼성에버랜드) 직원인 김창수 전 삼우 공동회장 등에 삼우건축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1985년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로 바뀌었고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 서초동 삼성타워, 리움삼성미술관, 삼성서울병원 등삼성그룹 계열사 공사의 건축설계를 맡아왔다.

2014년 삼우는 설계 중심의 ‘삼우설계’와 감리 중심의 ‘삼우씨엠’으로 분할됐다. 삼성물산은 이중 알짜인 삼우설계를 88억원에 사들였다. 매체에 따르면 당시 업계에선 삼성의 일감을 몰아줘 세계적으로 성장한 삼우를 삼성물산이 헐값에 회수해, 결과적으로 삼성물산을 손에 쥔 총수 일가에 막대한 이익을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같은 의혹으로 지난 5월 공정위 조사도 받았다. 여기에는 김상조 위원장이 소장으로 활동했던 경제개혁연대의 공이 컸다. 경제개혁연대는 녹취록과 각종 공시자료 등을 비교 검토한 결과 삼우종합건축의 주주들이 삼성의 차명주주였다는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지난해 10월 공정위에 “삼성그룹이 2014년 8월까지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를 위장계열사로 운영해왔다”며 관련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997년과 1999년 삼성의 위장 계열사 관련 조사를 하기도 했지만 혐의를 포착하지 못했다. 현재 공정위 기업집단과에서 이 사건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저격수’로 유명한 김상조 위원장이 진두지휘하는 공정위가 다시 삼성 위장계열사 의혹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삼성이 이번에도 공정위 조사를 피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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