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공백 틈타 서민 먹거리 '꼼수인상' 눈총
국정공백 틈타 서민 먹거리 '꼼수인상' 눈총
  • 안옥희 기자
  • 승인 2017.05.11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품기업들, 뚜렷한 인상 근거 없이 도미노 인상 동참…서민가계 부담 가중
삼양식품·비비큐, 실적 악화했다고 가격인상했지만 지난해 적잖은 매출올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라면 ⓒ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주요 식품업체들이 지난해부터 먹거리 값 도미노 인상 행렬에 동참하면서 뚜렷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기업들이 뚜렷한 인상 근거 없이 국정공백 시기와 맞물린 혼란한 시국을 틈타 ‘꼼수 인상’을 단행해 명분을 잃어버린 인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권력 공백기에 기습적으로 인상된 먹거리 가격이 새 정부에서는 안정세를 찾을지 주목된다.

11일 식품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정농단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주요 식품의 가격 도미노 인상이 황금연휴와 대통령 선거가 있던 이달까지 이어지고 있다.

라면·치킨·맥주·햄버거 등 서민들이 즐겨 먹는 식품의 가격이 줄줄이 올랐고 대통령 선거 전날인 8일에도 사이다 등 음료 가격이 올랐다.

롯데칠성음료는 대선 하루 전 대표제품인 탄산음료 칠성사이다를 포함해 레쓰비, 펩시콜라, 핫식스, 실론티, 솔의눈 등 14종의 편의점 공급가를 평균 7.5% 올렸다. 경쟁사인 코카콜라가 지난해 11월 주력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 데 따른 것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품목별로는 칠성사이다 250㎖ 캔 7.7%, 펩시콜라 1.5ℓ 페트 3.7%, 레쓰비 200㎖ 캔 5.9%, 핫식스 250㎖ 캔 9.1%, 실론티 240㎖ 캔 10%, 솔의눈 240㎖ 캔이 9.1% 인상됐다.

롯데칠성의 가격 인상은 지난 2015년 1월 이후 2년 4개월만이다. 이번 인상은 편의점의 공급가에 제한됐지만, 앞으로 대형마트와 소매점 등 다른 유통망에서도 협의를 거쳐 가격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 사이다 시장에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롯데칠성의 가격 인상은 타업체와 품목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양식품도 5월 황금연휴와 대선을 앞두고 지난 1일 4년 9개월만에 삼양라면·불닭볶음면·짜짜로니 등 주요 라면 제품의 가격을 평균 5.4% 인상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농심이 신라면 등 12개 제품 가격을 5.5% 올린 데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선두업체가 먼저 가격을 올리면 다른 업체들이 뒤따라 올리는 ‘도미노’식으로 식품 가격인상이 진행되고 있어 서민가계 부담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업계는 가격상승요인으로 물류비·인건비·원자재 가격 상승을 들며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 공백과 대선 등으로 관심이 분산됐던 시점에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꼼수 인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의 압박을 의식한 조치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가격인상 요인으로 수익성 악화를 내세운 업체들의 해명도 무색한 상황이다.

삼양식품의 경우 지난해 팔도에 업계 3위 자리를 내줬으나 매출액이 전년대비 23% 늘어난 3593억을 기록,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53% 증가한 252억, 당기순이익 187억원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게다가 2008년 이후 9년째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 있는 오뚜기를 비롯해 동종업계인 팔도 역시 올해 가격인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삼양식품의 가격인상을 둘러싼 시선이 곱지 않다.

올해 3월 가격 인상을 추진했다가 여론의 뭇매와 정부 제동으로 보류했다가 실적 악화 등을 명분으로 결국 마리당 1500~2000원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비비큐(BBQ)도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렸다. 비비큐를 운영하는 제너시스비비큐는 지난해 매출이 2198억원으로 전년대비 1.8% 증가해 2000년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37.7% 증가한 191억원을 기록해 실적 악화를 핑계로 가격을 올렸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