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기본료 폐지 가능할까?…대선후보 통신비 공약 논란
휴대폰 기본료 폐지 가능할까?…대선후보 통신비 공약 논란
  • 안옥희 기자
  • 승인 2017.04.1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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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들, 표심 잡기위해 기본료 폐지·무제한 요금제 등 통신비 절감 공약 내걸어
'공수표'로 그칠 위험성…이동통신업계, 되레 요금인상 부른다며 "현실성 낮다" 비판
▲왼쪽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일부 대선 후보들이 가계통신비 절감 공약을 내걸어 표심을 공략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신기본료 폐지·제4 이동통신 설립·취약계층 데이터 추가 제공 등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통신비 관련 공약 경쟁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공약이 자칫 '공수표'로 이어질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일부 대선후보들이 잇따라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11일 월 1만1000원 상당의 통신 기본료를 완전히 폐지하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개정, 지원금 상한제를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3일 온 국민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해 저가요금제에 가입시켜 데이터를 금세 소진해도 느린 속도로나마 계속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14일 취약계층과 청년실업자 등에 데이터 추가 제공, 저소득층 대상 단말기 할인 및 바우처 제공 등을 제시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11일 무제한 음성 통화와 문자 메시지, 2GB의 데이터를 보장하는 보편 요금제 출시를 통신사에 의무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아직 가계통신비 관련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유 후보 측은 현재 관련 공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통신요금 부담을 줄이겠다는 공약 취지에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업계 안팎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기본료 폐지 공약을 발표하면서 “이미 LTE 기지국 등 통신망과 관련된 설비투자가 끝난 상태”라며 “통신 기본료를 폐지해 기업에 들어가는 돈을 어르신과 사회 취약계층에게 다시 돌려드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본료는 통신사가 네트워크 설비투자, 운용을 명목으로 이용자에게 부과하는 요금이다. 스마트폰 도입 이후 기본료와 통화료의 구분이 없는 통합 요금제가 보편화해 기본료 개념이 모호하다는 게 통신업계의 중론이다. 문 후보의 공약대로 1만1000원을 인하하게 되면 통신 3사의 영업이익 감소액은 지난해 기준 연간 7조9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인 3조6000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기본료 폐지가 오히려 요금 인상을 야기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통신사들이 기본료 폐지에 따른 적자로 단말기 지원금(보조금) 등을 없앤다면 소비자 부담이 늘 수밖에 없고 미래형 통신사업인 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등에 대한 투자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문 후보의 공약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비판하고 있다.

기본료 폐지 공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대선,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을 거치며 수차례 공약으로 제시된 바 있으나 정부와 국회의 이견으로 논란 끝에 통과되지 못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현재 발의된 개정안을 검토한 국회 상임위 보고서에 따르면 통신사업자의 영업 자유 침해, 투자 위축에 따른 통신서비스 질적 저하 등의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안철수 후보의 공약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온 국민 데이터 무제한 공약을 발표하며 “가입한 데이터 용량을 모두 소진한 후에도 ‘요금 폭탄’ 걱정 없이 기본적인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기업과 산업 현실을 무시한 채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하기보다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통해 이런 요구와 필요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자신이 가입한 요금제 데이터를 모두 사용하더라도 속도 조절을 통해 무제한으로 추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하므로 통신사들의 부담이 적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미 통신사들이 유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인 ‘데이터 안심옵션’과 흡사해 무의미한 공약이라는 지적이다. 데이터 안심옵션은 기본 데이터 소진 이후 데이터 이용 속도가 최대 400kbps에 불과한 느린 속도 때문에 LTE급 속도에 익숙한 사용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어 가입자 수가 많지 않다.

제4 이동통신 출범 공약 역시 현실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10년 전부터 정부가 제4 이동통신 도입을 수차례 추진했으나, 신청 사업자들의 미흡한 재정 능력과 시장성 등을 낮게 본 기업들의 불참으로 번번이 불발되곤 했다. 업계는 지난해까지 추진하다 불발된 제4이동통신을 다시 추진할 만큼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홍준표 후보의 정부차원의 데이터 지원 공약은 문 후보와 안 후보에 비해서 업계 반발 가능성이 가장 적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다른 후보 공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공약 대상이 한정적이고 취약계층 분류 등을 두고 이견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대선후보들의 통신비 절감 관련 공약 발표가 잇따르면서 실제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로 이어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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