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박근혜·최순실게이트’에서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역할을 해온 전경련은 해체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압박에도 어떠한 식으로든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고강도 긴축과 쇄신안을 발표하는 등 발버둥을 치고 있다.
과연 전경련은 살아남을 것인가. 아직도 국민들의 비난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 재계 권익보호단체로서 존속할 수 있을 지는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설사 간판을 계속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최근 전경련은 더 이상은 정경유착의 온상이 되지 않겠다고 환골탈태 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우선 초긴축카드를 내놓았다. 예산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규모가 축소되면 종래와 같은 정경유착의 기능은 자연 소멸될 것임을 비치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 2월 말 총회에서 발표한 조직·예산 40% 감축안에 맞춰 ‘줄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줄인다’는 원칙에 따라 자녀 교육비 등 복리후생비 폐지, 간부 활동비 삭감 등의 조치를 취했다. 임대수입을 늘리기 위해 전경련 사무실도 4개 층에서 2개 층으로 50% 줄이고 심지어는 홍보팀 업무수행에 필수적인 신문구독까지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보다 강도 높은 긴축이 진행된다. 직원 희망퇴직과 급여 삭감안이 곧 발표될 예정이다. 전임 상근 부회장을 예우하기 위한 상근고문 자리도 없앨 방침이다. 이승철 전 부회장 퇴직시에 그에게 지급한 거액의 퇴직금과 공로금이 남아있는 직원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전경련이 삼성을 비롯한 재벌그룹 회원들의 탈퇴로 대폭 줄어든 예산으로 살아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렇지만 전경련이 국민과 시민단체들의 거센 비난여론과 해체압박을 뚫고 존속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우선 예산이 대폭 줄어 전경련이 제 기능을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4대그룹의 탈퇴를 계기로 회원사로 남아있는 기업들의 상당수는 앞으로는 회비를 납부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전경련의 규모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현대차 등 4대 그룹의 동반 탈퇴로 회비 수입은 이미 3분의 1로 줄었다.
예산도 예산이려니와 중요 회원들의 탈퇴 등으로 일게 되는 전경련의 정체성 논란은 해체를 더욱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서는 4대 그룹을 비롯한 주요 회원사들이 탈퇴한 마당에 전경련이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그룹 총수들의 모임이라는 정체성이 약화되고 앞으로 회원사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의 존재의의가 퇴색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앞으로 탄생할 새 정권이 쇄신안을 받아들여 전경련의 존속을 인정할지도 의문이다. 산자부는 전경련이 이름을 한국기업연합회로 바꾸는 등의 개정작업을 추진 중인 새 정관을 승인하는데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후 들어선 새 정권이 ‘최순실게이트’가 사실상 ‘재벌게이트’고 ‘삼성게이트’라는 인식이 확고한 상태에서 전경련을 해체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정부의 사단법인 취소 검토가 예상된다. 사단법인 취소가 현실화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움직임이 일면 전경련 회원으로 남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느낀 회원사들의 줄 탈퇴가 이어질 수 있어 전경련의 존속은 더욱 위협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