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대출금리는 올리고 수신금리는 동결 '얌체상혼'
은행들, 대출금리는 올리고 수신금리는 동결 '얌체상혼'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7.03.1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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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주택담보대출금리 5%선 육박, 예금금리는 동결…자영업자 이자부담 늘어 경영난 심화
▲영업 중인 시중은행의 창구 모습 ⓒ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미국의 기준금리인상 등에 따라 시장금리가 들썩이며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대폭 올리는데 반해 수신금리는 동결하거나 오히려 낮추는 얌체상혼이 판을 쳐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작년 말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이달 중에 추가 인상을 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시중실세금리가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는데 따라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가파르게 올라 최고 금리가 연 5%에 육박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4.56%로 보름 새 0.13% 포인트 올랐고 농협은행 역시 4.44%에서 4.52%로 나흘만에 0.08% 포인트 올랐다.

이런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한국은행 집계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음식 숙박업의 2금융권 대출 잔액은 11조 4000여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조 8000여 억 원이나 급증했다. 대출 잔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건 처음으로 1년 새 증가액 규모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보유한 2007년 이래 가장 높았다.

이는 자영업자들이 장사가 안 돼 은행대출을 받아야 겨우 버틸 수 있는 한계 상황에 이른 것을 말해준다. 여기에다 대출금리 마저 껑충 뛰면서 크게 늘어난 금융비용 부담이 그만큼 더 무거워지면서 많은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경영난으로 폐업위기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해 신한·국민 등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5조5000억 원 규모로 전년대비 32.5%(1조 4000억원) 증가했다. 이자 이익이 많아지고 대출에 물려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이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이다.

주담보대출금리가 치솟고 있는 것은 이달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시장금리가 요동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고채(3년)금리는 1~2월 중 좁은 범위 안에서 등락하다 이달 들어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기대 강화 등으로 0.1%포인트 뛰었다. 회사채(3년) 금리도 이달 들어 우량물과 비우량물 모두 상승했다. 단기시장금리는 이보다 상승폭은 적지만, 전월에 비해 0.03%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예금금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대출금리와는 달리 시장실세금리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달 현재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시중은행 상품의 예금금리(12개월 기준)는 1%대 초반대로 대부분 작년 6월 이후 요지부동이다.

시중은행은 한국은행이 작년 6월 9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하하자 일제히 수신금리를 낮췄다. 국민은행의 국민슈퍼정기예금금리는 6월 13일자로 1.30%에서 1.10%, e파워정기예금은 1.50%에서 1.20%로 떨어졌다.

신한은행도 6월 20일 s드림정기예금의 금리를 1.2%에서 1.0%로, 크레바스연금예금은 1.4%에서 1.15%로 내렸다. 하나은행 역시 작년 6월 e플러스 정기예금의 금리가 1.55%에서 1.4%, 행복투게더 정기예금은 1.3%에서 1.1%로 변경됐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변수를 두 차례에 걸쳐 반영했다. 우리은행의 우리웰리치 주거래예금의 금리는 6월 1.60%에서 8월에는 1.30%로 내려갔다. 1.50%의 이자를 준 우리 웰리치100 정기예금(회전형)은 7월 1.25%로 떨어졌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수신금리를 손대지 않는 것은 금리를 올리지 않거나 일부 상품의 경우 오히려 내리더라도 은행에 돈이 몰리고 있어 굳이 예금금리를 손댈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실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 1017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권은 자금 이탈이 발견되기 전에는 금리를 올릴 계획이 없는 모양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경기가 좋지 않고 금리변동성이 심한 혼란상황을 틈타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대폭 올려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하고 ”은행들이 경기불확실성이 큰 대출금리는 시장금리를 반영해 올리고 예금금리는 수개월째 그대로 두는 것은 되레 시장 질서를 거스르는 것으로 당국이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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