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포스코가 오는 10일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권오준 현 회장의 연임을 확정, 2기 체제를 맞이할 전망이다.
하지만 권 회장을 둘러싸고 포스코 비리 은폐의혹과 회장 선임 당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 등 관련 정황이 포착되면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도중에 낙마할 수 있다는 암운이 감돌고 있어 주목된다.
8일 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무리하게 실적을 올리기 위해 ‘미인증 제품 바꿔치기 판매’라는 중대한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권 회장이 이 사실을 보고받고도 은폐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프레시안은 포스코 내부자료와 포스코측의 해명 등을 종합해 포스코가 자동차용 강판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을 중국에 설립한 뒤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 ○○사(社) 등의 중국 현지법인에 판매하기 위해 중국 현지 생산 강판의 인증서를 위조, 수십만 톤을 판매하는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2013년 4월 중국 현지에 강판 생산 공장을 준공하고 광동 법인에서 조속한 판매 수익을 올리기 위해 2013년 7월 현지법인을 관리하는 본사 부서의 아이디어로 이미 본사 제품이 받은 인증서를 위조, 아직 인증받지 않은 중국 현지 생산 강판을 인증 받은 본사 제품인 것처럼 속여 2015년 말까지 약 2년에 걸쳐 수십만 톤을 판매했다. 현지 생산 제품을 판매하려면 품질 인증을 받아야하는 데 통상 1~2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 같은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하지만, 포스코는 ‘제품 바꿔치기’를 한 사실을 적발하고도 내부감사를 벌인 후 관련자에게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9월 포스코 중국대표법인인 포스코차이나의 감사실장이 이 사실을 본사 감사실에 보고했으나, 포스코는 제대로 된 조사 없이 광동법인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추가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에 그쳤다.
지난해 6월 본사에 이 사실이 또다시 제보됐음에도 관련 임원 8명에 대한 제대로 된 징계는 내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권 회장은 2014년 취임 후 공식석상에서 수차례 윤리경영을 강조했으며, 2015년에는 비윤리 행위 적발 시 지위고하와 경중을 따지지 않고 바로 퇴출한다는 내용의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제’까지 도입한 바 있다. 여러 차례 관련 제보가 들어왔음에도 본사에서 이 문제를 쉬쉬하며, 적당히 덮고 가려는 행태를 보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권 회장의 윤리경영 주창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말았다.
관련자들의 솜방망이 징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당시 광동법인장이 면직 조치되고 포스코-CSPC법인장이 정직 조치를 받았을 뿐 나머지 6명은 감봉 3~6개월에 그쳤다. 이중 감봉 4개월 징계를 받은 오인환 당시 철강사업본부장(현 포스코 사장)은 이번 비리사건의 연루된 최고 핵심임원으로 권 회장의 최측근이다. 오 사장은 징계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현재 포스코 2인자로 급부상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에 권 회장이 강조해온 ‘정도경영’에 어긋난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포스코측은 이 같은 부정행위 사실에 대해서 인정하며 당시 중국 현지 글로벌 자동차업체들 고급 강판 수요가 급증해 물량이 부족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안팎에서는 포스코의 비리행위는 엄연히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와 대외무역법 위반에 해당하는 중범죄이며, 해당 강판을 사들인 자동차 업체가 반발할 경우 ‘국제 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따라 권 회장이 비리와 은폐의혹을 명확히 해소하지 못한다면 임기 내내 이 문제들에 발목 잡히게 될 것이란 관측도 많다.
이뿐만아니라 권 회장이 오는 10일 주총에서 연임을 확정, 2기 체제에 돌입하더라도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낙마할 수 있는 정황은 또 있다.
최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2014년 권 회장 선임 과정에 김 전 실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고 관련 수사 기록을 검찰에 이관시켰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포스코 임원 등 관계자들을 통해 권 회장 선임 당시 포스코의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내정됐다는 관련자 진술과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검찰 조사가 남아있어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날 경우 권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 퇴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주총을 앞두고 포스코 비리와 선임 때부터 정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정황이 연달아 포착되면서 ‘권오준 2기’가 출범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권 회장이 연임에는 성공했으나, 최순실게이트 연루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데 이어 포스코의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를 하락시키는 각종 악재에 또다시 연루되면서 정권 교체 직후 대부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 퇴사했던 포스코의 역대 수장들처럼 두 번째 임기를 마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