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대법원 판결(소멸시효)을 방패삼아 10년을 버텨온 생명보험사 ‘빅3’가 모두 백기투항을 했다.
2일 삼성생명에 이어 3일 한화생명도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빅3 생보사의 백기투항으로 지난 2007년부터 10년 간 지속돼 온 자살보험금 논란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에 내려진 2~3개월 영업 일부 정지, 대표이사 문책경고 등의 중징계가 낮춰질지 주목된다. 앞서 교보생명이 지난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직전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부랴부랴 결정한 뒤 빅2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징계인 대표이사 주의적 경고와 일부 영업정지 1개월이라는 경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3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긴급 안건으로 상정된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지급 규모는 미지급한 자살보험금 총 1050억원 가운데 지난 1월 일부 지급하기로 한 금액을 뺀 금액인 약 910억원이다. 한화생명은 즉시 지급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앞서 삼성생명도 2일 이사회를 열고 이미 지급 결정을 내린 400억원을 포함해 3300백여 건에 해당하는 1740억원의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삼성·한화생명의 이 같은 입장 선회에는 중징계로 인해 당장 대표이사 연임이 어려워지게 된데다 일부 영업정지 처분으로 설계사 영업 등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생명은 최순실게이트 연루로 인한 특검 수사로 그룹이 해체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경영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김창수 사장의 연임까지 불발됐기 때문이다. 중징계가 확정되면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신사업을 3년간 할 수 없어 신사업에 해당하는 금융지주사 전환이 불투명해진다.
지난해 삼성카드, 삼성증권 지분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지주사 전환 작업을 해온 삼성으로서는 이번 삼성생명에 대한 중징계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재가 최종 확정되면 삼성화재 자회사 편입 승인이 어려워짐에 따라 지주사 전환은 물론 이 부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소비자 보호보다는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한 계산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여전히 이익 챙기기에 급급해 소비자 보호와 약관 이행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엎드려 절받기'식 전액 지급 결정이라는 것이다.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는 금감원장 전결 사안이지만, 삼성·한화생명의 미지급액 전액 지급 결정으로 금융위원회의 결정 과정에서 수정될 가능성이 점쳐져 징계수위 완화를 기대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금융위는 오는 8일 최종징계를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