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현대자동차가 엔진결함과 리콜 은폐 의혹 등을 신고·제보한 내부고발자를 해임한 데 이어 최근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소해 논란이 되고 있다.
24일 경찰과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전직 현대차 부장 김 모 씨가 현대차로부터 업무상배임혐의로 피소돼 지난 20일 자택을 압수수색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은 자택 압수수색으로 김 전 부장의 노트북·외장하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부장은 지난해 8~10월 사이 국토교통부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언론 등에 현대차가 엔진 결함 등 32건의 품질 문제를 인지하고도 리콜 등 자동차관리법에서 정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위법행위를 제보했다.
공익제보 내용이 기사화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자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김 전 부장을 회사 영업비밀을 유출하는 등 사내 보안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임 처분하고 검찰에 고소했다.
김 전 부장이 제보한 현대차의 자동차관리법 위반 사항은 공익신고자보호법에서 정한 공익침해행위에 해당한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르면 공익신고자가 신고한 내용은 직무상 비밀이 포함된 경우라도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면서 현대차의 보복성 징계와 ‘뒤끝’있는 행동에 대한 비판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앞서 이달 초 참여연대는 김 전 부장에 대해 공익신고보호법상 원직 복직 등 보호조치 내용을 담은 요청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전달했다.
참여연대는 의견서를 통해 “현대자동차가 김 전 부장의 해임사유로 사내 보안규정 위반 등을 든 것은 공익제보 행위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며, “김 전 부장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언론기관의 취재에 협조한 것에 불과하므로 현대차의 해임처분은 공익신고자보호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이익조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차에서는 인기모델이자 주력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싼타페에서 잇단 급발진 의심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등 품질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품질경영’ 모토에 걸맞지 않은 각종 품질 논란으로 소비자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현대차는 일부 사용자들로부터 현대차·기아차와 흉기의 합성어인 ‘흉기차’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공익제보자를 해임, 소송하며 재갈을 물리는 등 회사의 이익을 위해 안전과 직결된 품질 문제를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 소비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져버렸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최근 10년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된 자동차 급발진 사고 관련 자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차량이 조사건수 총 174건 중 각각 73건(47.3%), 30건(19.5%)을 차지해 급발진 의심사고 조사의 대다수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작결함 관련 국토부 등 유관부서’ 자료를 통해 현대차가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 등 제작 결함 관련 담당자들의 신상이 담긴 내부문건을 만들어 자동차 결함을 무마하는 로비창구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지난 9일 대정부질문에서 지난해 12월 받은 공익제보를 바탕으로 현대·기아차가 총 32건의 차량 결함을 축소하거나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차량결함을 리콜 대신 무상교환하거나 축소 리콜하면서 1933억 원에 이르는 안전문제 비용을 절감했고 관청조사 종결로 인해 800억 원에 이르는 금액을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