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의 연임이 결정된 23일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김 사장에 대한 문책경고가 내려져 사실상 연임이 불발됐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지주사 설립을 추진 중인 삼성생명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게이트 관련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돼 그룹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로 김 사장까지 중징계를 받게 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사장을 ‘풍전등화’ 위기에 빠뜨린 이번 논란은 2001년부터 보험사들이 ‘자살도 재해사망에 해당된다’는 약관을 담은 특약 상품을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24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23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달 27일로 임기가 만료된 김 사장의 재선임을 의결했다.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던 김 사장은 이날 내려진 중징계로 연임이 불투명해졌다.
같은 날 금융당국은 제재심을 열고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삼성생명·한화생명에 대해 영업 일부 정지(재해사망보장 신계약 판매정지) 및 대표이사 문책경고 등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가 이날 부랴부랴 ‘보험금 전건 지급’으로 입장을 바꾼 교보생명은 징계수위가 경감됐다.
이번 징계는 지난 2014년 자살보험금 미지급이 논란이 되면서 금융감독원이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검사를 벌인지 3년 만에 이뤄졌다. 이들이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 2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미지급한 자살보험금 규모는 삼성생명이 1608억원, 교보생명이 1134억원, 한화생명이 1050억원 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보험금 일부 지급’ 입장을 고수해오다가 이번 결정으로 인해 영업정지 3개월, 대표이사 문책경고 등의 제재를 받게 됐다.
문책경고는 금융회사 임원에게 내려지는 제재조치 중 세 번째에 해당하는 중징계다.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김 사장의 연임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연임될 수 없으며, 향후 3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 선임도 제한된다.
금융위의 의결이 필요한 영업 일부정지 조치와 달리 문책경고는 금감원장 전결로 확정돼 이번 결정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다만 제재심에서 결정된 사항은 금융위 부의를 거쳐야 최종 확정되기 때문에 논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통상 기관 제재와 개인 제재가 함께 부과되면 금감원은 기관 제재가 금융위에서 최종 확정된 이후 기관 제재와 함께 개인 제재를 통보했다.
금융위 제재안이 한 달 안에 결정되지 않고 더 늦춰질 경우 김 사장의 유임안이 주총을 통과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징계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이 법적인 문제없이 CEO직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생명 주총 전에 금융위의 결정이 나올 경우 김 사장은 낙마하게 된다.
이에 금감원의 제재 통보 시기가 김 사장 연임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중징계로 인해 삼성생명의 영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회사를 인수하거나 새로운 업종에 진출하는 등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하는 사업에 나설 수 없게 돼 영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제재안을 최종 확정하면 중징계에 따른 후속조치로 3년간 신사업에 진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영업 일부 정지로 인해 삼성생명은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된다.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상품은 이번 ‘자살보험금 논란’을 촉발한 상품으로, 약관에 ‘보험사의 책임개시일 2년이 지난 후에 자살할 경우 보험금을 준다’고 명시돼 있으나 삼성생명을 비롯한 보험사들이 자살은 재해사망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왔다.
중징계가 확정되면 삼성생명이 징계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진행할 가능성도 점쳐져 파장이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소멸시효가 완성된 자살보험금은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금감원은 보험사는 약속한 보험금을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며 압박 강도를 높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