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온 엄정여 기자] 화장품업계에서 인재 사관학교로 통하는 아모레퍼시픽 출신 인재들을 영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콜마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아모레퍼시픽 출신 화장품 전문가들을 R&D, 생산, 마케팅 요직에 잇따라 영입해 눈길을 끈다. 이것은 글로벌 ODM 1등 기업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발판으로 해석된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1월 강학희 기술연구원장을 전격 영입, 3월 27일 이사회를 통해 4명(윤동한, 조홍구, 최현규, 강학희)의 각자 대표 중 한 명으로 선임했으며, 지난해 7월 화장품 부문 마케팅본부 총괄로 오세한 전무를 영입한데 이어 8월에는 생산본부에 허용철 부사장을 영입했다.
강학희 한국콜마 대표이사는 1981년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소에 입사해 30여 년간 근무해온 화장품 연구개발(R&D)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아모레퍼시픽의 기술연구원장 부사장을 거쳐 상임고문을 역임했다.
오세한 전무는 1986년 부산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1989년부터 아모레퍼시픽에서 근무했으며, 아모레퍼시픽그룹 경영진단 상무를 지냈다. 지난 25년간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수행한 전문가로 2014년 5월부터 12월까지 토니모리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오 전무의 영입은 마케팅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허용철 부사장은 아모레퍼시픽 대전과 수원공장장을 지낸 생산 제조 전문가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코스비전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한국콜마는 올해 중국 시장 확대에 따라 상해 공장을 착공하며 생산량을 크게 늘릴 계획으로 허 부사장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영입됐다.
한국콜마는 또 올 초 아모레퍼시픽 출신 고승용 전무를 영입했다. 기술연구원 색조화장품연구소장으로 취임한 고승용 전무는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연구팀장, 마린코스메틱 기술연구소장, 케이에스펄 부사장을 역임하는 등 화장품 R&D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코스맥스그룹은 지난해 계열사 쓰리애플즈코스메틱스의 유권종 대표를 코스맥스의 연구소인 R&I센터 연구원장으로 선임했다. 유권종 연구원장은 화장품 연구개발과 마케팅, 기획 등 업무 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가다. 아모레퍼시픽에 입사 후 에뛰드 연구소장을 거쳤고, 코스맥스 메이크업 연구소장, 마케팅 총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 1월 승진한 김연준 코스맥스차이나 R&I 연구원장, 스킨케어 R&I 연구소장(겸) 전무 역시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출신이다.

▲ (왼쪽 위부터) 강학희 한국콜마 대표이사, 하용철 한국콜마 생산본부 부사장,
오세한 한국콜마 화장품 부문 마케팅본부 총괄 전무, 고승용 한국콜마 기술연구원 색조화장품연구소장
전무, 유권종 코스맥스 R&I센터 연구원장, 양창수 토니모리 사장
코스온의 이동건 대표도 아모레퍼시픽 연구원 출신으로 2000년 6월 아모레퍼시픽을 퇴사한 후 스킨케어팀 출신 연구 인력과 함께 ‘네비온’을, 이후 4년 뒤인 2010년 10월에는 ‘미즈온’을 창업했다.
2012년 11월 디지털비디오재생기(DVR) 제조업체였던 코스온을 인수, 화장품 OEM·ODM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이 대표는 경기도 오산 가장2산업단지에 화장품 제조공장을 건립하고, YG엔터테인먼트의 투자를 유치해 ‘문샷(Moonshot)’ 외에도 ‘아가타코스메틱’ 등을 론칭해 경영 2년 만에 코스온을 코스닥시장 내 대표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시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수차례 사령탑을 교체한 토니모리는 2013년 9월 김중천 사장에 이어 삼성테스코 출신인 정의훈 사장을 영입했지만 8개월 만에 회사를 떠났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에서 25년간 방문판매 업무를 전담한 화장품 마케팅 전문가인 오세한 사장과 아모레퍼시픽에서 30여 년간 근무하며 고졸 출신으로 상무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로 알려진 호종환 사장이 각각 취임 7개월, 한 달 만에 회사를 떠났다.
이어 토니모리는 지난해 말 아모레퍼시픽 출신의 양창수 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토니모리가 아모레퍼시픽 출신 인사를 대표로 영입한 것만 이번이 세 번째다.
양 사장은 아모레퍼시픽에서 백화점 사업담당 상무와 마케팅 담당 부사장, 에뛰드하우스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핵심 인물이다. 아모레퍼시픽에서 퇴사한 후 2014년 말까지 신세계인터내셔널의 프리미엄 브랜드 비디비치 부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9월 선임된 소망화장품의 최백규 대표이사도 아모레퍼시픽 상무, 태평양제약 상무를 거쳐 코웨이에서 코스메틱 본부장 등을 지냈다. 2011년 KT&G에 인수된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2013년 180억 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소망화장품은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 출신인 최 대표이사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신규 임원으로 선임된 이명규 대한화장품협회 전무이사도 아모레퍼시픽 출신이다 이 전무는 1983년 아모레퍼시픽 입사 후 기술연구소 학술개발실 실장, 제도협력사업부 상무로 재직하며 30년 넘게 화장품 분야에 종사해온 전문가다.
이처럼 아모레퍼시픽 고위직 인사들이 동종업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오랜 역사를 가진 업계 선두 기업인만큼 연구개발, 마케팅, 생산 전반에 걸쳐 아모레퍼시픽만큼 많은 노하우를 확보한 화장품 기업이 국내에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영업력과 업계 동향 파악 등에서도 아모레 출신이 누리는 ‘인맥의 힘’도 무시할 수 없어 이들을 둘러싼 화장품업체 간 스카우트전 또한 상당히 치열하다. 최근에는 아예 아모레 출신들로 구성된 팀을 꾸려 중국 등지로 인력 수출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OEM·ODM 업체와 브랜드숍 등 주요 화장품업체에 아모레퍼시픽 출신 전문가들이 곳곳에 배치돼 맹활약하고 있다”며 “업계 선두기업으로 아모레퍼시픽 출신들은 마케팅, 영업, R&D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춰 임원진뿐만 아니라 실무진 사이에서도 선호도가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장품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 출신들이 누리고 있는 프리미엄에 비해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발휘되는 그들의 실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한 업계 전문가는 “아모레퍼시픽 출신들이 발도 넓고 일도 잘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직접 겪어보면 생각보다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며 “자신이 맡은 분야에만 집중하다 보니 업무에 대해 아는 범위도 좁고, 동종업계 인맥 네트워크도 떨어진다. 오히려 업계에서 중소업체 출신들의 교류가 더 활발하고 업무에 있어 유연성 발휘도 뛰어난 편”이라고 설명했다.
중소 화장품업체에서 다양한 분야를 접하며 멀티 플레이어로 일 해온 인재들에 비해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대처 능력과 순발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의외로 인맥도 넓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사진출처 = 한국콜마, 코스맥스, 토니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