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노조 자발적 행동, 사측 개입 등 관련의혹 사실무근" 주장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롯데마트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를 일으켜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노병용 전 대표를 선처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아직 책임자 처벌과 피해보상 논의 등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 전 대표의 탄원서 서명을 주도한 롯데마트노동조합이 직원들에게 강제적으로 서명을 독려한 사실이 알려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노조가 지난해 12월 전국에서 근무하는 노조 간부와 대의원들에게 노 전 대표의 처벌을 줄여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내고 서명을 요청하는 공문을 이메일로 발송했다.
최석주 노조위원장은 ‘롯데마트 직원여러분! 前 노병용 대표의 선처를 위한 탄원서 제출에 함께 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공문에서 “노병용 대표님은 과거 롯데마트 최고 경영자로서 열정적으로 경영에 임하며 마트의 비약적 성장에 크게 기여함으로써 롯데마트인에게 큰 자부심을 갖게 해 준 분이며, 직원들에 대해 많은 애정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다”면서 “롯데마트 직원분들이 동참해주신 탄원서 서명부를 법원에 제출함으로써 재판부의 선처를 간절히 요청 드리고자 한다”고 서명의 취지를 밝혔다.
최 위원장이 발송한 탄원서 서명부에는 이름과 소속·부서·연락처·서명 등 직원의 인적사항뿐 아니라 각 점포(팀)에서 총 몇 명이 서명에 참여했는지 인원 수와 점포(팀)명까지 기재하게 돼 있다. 한 장에 20명의 서명을 받을 수 있게 돼 있어 어떤 직원이 서명에 참여했으며, 어떤 직원이 참여하지 않았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에 일부 직원들은 서명이 강제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선 매장에서 간부가 조회시간 등을 이용해 일반 직원은 물론 파견직, 입점 업체 직원들에게까지 서명을 독려해 하고 싶지 않아도 불이익을 우려해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서명을 주도한 노조의 조합원 숫자는 6300여명이지만, 이번 서명에 조합원 수의 2배가량 되는 1만 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에 힘 써야하는 노조가 전혀 관련 없는 노 전 대표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 서명을 주도한 것을 두고 회사 차원의 개입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홍보팀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노조측이 자발적으로 진행한 사안이므로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탄원서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인적사항과 점포명 등을 기재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면 기본적인 탄원서 구성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며, 아마도 서명인원 숫자를 효율적으로 취합하기 위해서 그런 구성을 취한 것 같다”고 답했다.
서명 참여 숫자가 조합원 숫자보다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노조측의 요청으로 본사 직원들까지 서명에 참여해서 인원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탄원서 서명을 주도한 롯데마트노조는 지난 2003년 만들어진 한국노총 산하의 노조다. 롯데마트에는 현재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노조(‘민주롯데마트노동조합’)로 구성된 복수노조가 활동 중이다. 롯데마트노조는 롯데의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 활동을 하는 등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어용노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노 전 대표는 2006년 출시된 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상품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안전성 실험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의 과실로 16명을 사망에 이르게 해 지난달 1심에서 금고 4년형을 선고받았다.
노조의 자발적인 행동으로 본사와는 관계없다는 롯데마트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탄원서 제출에 대한 비판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사망자까지 발생한 막대한 피해를 내고도 외면해오다가 지난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5년만에 늑장 사과한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이 책임자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상당히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