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사태’ 주역 위성호, 은행장 되면 신한은 또 ‘퇴행’?
‘신한사태’ 주역 위성호, 은행장 되면 신한은 또 ‘퇴행’?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7.02.0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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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응찬 전 회장 측근으로 신상훈 전 사장 축출에 앞장, 신한은행에 파벌문화 조성
행장되면 다시 편가르기로 ‘제2 신한사태’ 우려도…시민단체, 최근 위증으로 고발
▲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신한사태’ 당시 라응찬 회장의 노욕에 편승해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을 밀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해 신한은행 역사에 오욕을 남기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을 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신한은행은 ‘신한사태’를 반성하지 않고 있을뿐더러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하는 편가르기식 기업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위 사장을 행장으로 단독 추천하는 비정상적인 행장 추천 행태도 파벌문화에서 비롯된 것 같다. 아직도 라 전 회장의 ‘그림자 통치’가 그대로 남아 위 사장이 행장 자리에 오르는 일이 벌어질지 몰라도 그 결과는 통합과 화합보다는 제2의 신한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신한사태 당시 신 전 사장 편으로 몰려 억울하게 옷을 벗은 전 신한은행 임원 A씨는 위 사장이 차기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같이 분개했다.

그는 “위 사장은 신한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신한카드 사장으로 가기 전에 벌써 신한지주 부사장 때 신한금융을 떠나야 할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그가 뛰어난 처세술로 지금까지 살아남아 행장후보로 추천된다는 것은 신한은행의 퇴보와 불화를 예고한다”며, 이런 불행한 일이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이 차기 신한은행장에 위성호 사장을 단독 행장 후보로 추천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여론이 너무 높아 신한금융그룹에서 다시금 지난 2010년 ‘신한사태’의 내홍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은 차기 신한은행장 최종 후보로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을 단독 추천할 방침인데 대해 신한사태 때 퇴진한 전 신한은행 간부를 비롯한 많은 신한은행 전·현직 직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사외이사진 일부가 지난주 위 사장에 대한 시민단체의 위증 혐의 고발건 등을 이유로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신한금융지주는 7일 열리는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에서 위 사장을 차기 은행장 최종 후보 1명으로 추천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주 이를 신한은행 사외이사들에게 통보했다. 지난 3일 신한은행이 은행 사외이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사회 사전 설명회 자리에서다. 오는 3월 임기 만료 후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조용병 신한은행장 뒤를 이을 차기 행장 선임은 지주 자경위가 추천한 후보를 8일 열리는 은행 이사회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추인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5명의 이사로 이뤄진 임추위가 자경위가 추천한 단독 후보를 거부하면 행장 선임 절차가 중단된다. 임추위 추인을 받으면 3월께 열리는 은행 주주총회에서 차기 신한은행장이 최종 확정된다. 5명의 이사로 이뤄진 임추위가 자경위가 추천한 단독 후보를 거부하면 행장 선임 절차가 중단된다. 임추위 추인을 받으면 3월께 열리는 은행 주주총회에서 차기 신한은행장이 최종 확정된다.

현재 임추위 멤버는 조용병 행장과 구본일(연세대)·황국재(서강대)·이성우(동아대)·인호(고려대 교수) 사외이사 등 총 5명이다. 현재 2명이 위 사장 행장 단독 추천을 반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위 사장이 행장으로 오르는 길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행장으로 부적절한 것은 '신한사태'의 주역이라는 점이다. 일부 사외이사는 "과거 신한사태로 인한 법적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태 주역이었던 위 사장을 행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위성호 카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신한사태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면서 이런 시점에서 위 사장을 행장후보로 거론한다는 것이 난세스라고 지적한다.

아직도 신한사태에서 신상훈 전 사장의 경우 위 사장을 포함한 라 전 회장 사람들이 없는 죄를 뒤집어 씌우는 바람에 재판정에 섰다가 무죄판결을 받아 명예회복을 해야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그런데도 신한사태에서 라 전 회장의 측근으로 신한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인 위 사장을 행장으로 세운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위 사장은 신한사태의 아픔을 치유하고 다시 일류은행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인물로서는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많다.
 
한 사외이사는 "위 사장은 2013년 신한사태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판결문에서도 라응찬 전 회장 변호사 선임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명시돼 있을 만큼 당시 사태의 핵심적인 인물"이라며, "최소한 신한사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거나 시민단체가 제기한 혐의의 공소시효가 끝나는 내년까지는 위 사장을 행장으로 선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일부 사외이사가 위성호 검증론을 들고 나오면서 다른 이사들 역시 과거 항소심 판결문 등을 토대로 위 사장 후보 적정성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지주 측은 "위 사장 고발건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으나, 은행장으로 추천하는 데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해 위 사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재일교포 주주들 사이에서도 위성호 행장이 제2의 신한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일교포 주주는 "한 번 있었던 일(신한사태)이 두 번 없으리란 법 없다는 게 주주들 분위기"라며 "신한사태에 중요하게 관여한 사람이 행장 자리에 오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신한지주는 은행 사외이사들의 반발이 커질 경우에 대비해 당초 추진하던 위성호 단독 추천 카드를 접고 위 사장과 임영진 지주 부사장 2명을 복수 추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조용병 행장이 최소 올해 말, 길게는 내년까지 회장과 행장을 겸임해 조직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한사태는 2010년 9월 신한은행이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된 내분 사태를 말한다.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 사장을 밀어내기 위해 시작한 소송전은 신 사장이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무죄 처분을 받은 가운데 현재 대법원 판결만 남겨 놓은 상태다. 당시 위 사장은 신한지주에서 공보 담당 부사장을 맡아 라 전 지주회장 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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