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측근이 '포스코 농단'한 의혹까지 불거져 리더십에 치명타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최순실게이트 연루 악재를 딛고 연임됐지만, 포스코 안팎에서 여전히 비판여론이 높다.
포스코 이사회가 지난달 25일 권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하기로 결정한데 따라 오는 3월 10일 주주총회에서 재선임이 확정된다.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권 회장이 임기 동안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실적 개선한 성과가 컸다고 평가했다.
후보추천위는 최순실 씨의 측근인 차은택 씨의 포스코 옛 광고 계열사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와 회장 선임 과정에서 청와대 개입설 등 권 회장을 둘러싼 사건과 무성한 의혹들에 대해 근거가 없거나 회장직 수행에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스코와 재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결정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검의 최순실게이트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고 최순실 씨가 포스코를 일종의 ‘먹잇감’으로 삼은 정황이 끊임없이 나오기 있기 때문이다. 특히 권 회장이 '최순실 부역자'로 낙인찍힌 마당에 연임 결정은 말도 안된다는 비판여론도 무성하다. 특검조사에서 권 회장의 위법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추천위가 연임을 결정한 배경을 두고 논란이 무성하다.
지난달 28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포스코가 시행한 대구과학관 내 철강 홍보시설 설치 사업에 최순실 씨측이 관여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 2015년 11월께 황은연 사장에게 전화해 “대구과학관 철강 홍보시설 설치와 관련해 김영수가 전문가라고 하니 김영수와 협의해보라”고 말했고 황 사장이 해당 내용을 권 회장에게 보고, 권 회장은 소속 임원들에게 일을 추진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해당 용역은 김영수 씨가 지정한 업체와 수의 계약으로 발주됐다.
김영수 씨는 최순실 씨의 최측근으로, 지난 2014년 권 회장 취임 직후 첫 그룹 임원인사에서 포스코 계열 광고계열사였던 ‘포레카’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인물이다. 그는 차은택 씨와 공모해 포레카 우선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업체 대표를 협박해 지분 80%를 강탈하려한 혐의(강요미수)로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은 계약 과정에서 최순실 씨가 자신이 실소유한 회사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대행수수료 2억 원을 챙겼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이런 점에 비춰 대구과학관 사업을 최순실 씨가 배후 조종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순실 씨가 포스코 임원 300명의 평판 문건을 가지고 다니며 포스코 인사에 광범위하게 개입한 정황도 드러나 관련 의혹을 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권 회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최순실 씨가 포스코를 먹잇감 삼아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한 정황을 볼 때 권 회장의 묵인과 방조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많다.
또한, 권 회장이 최순실 씨의 이권 챙기기를 적극적으로 도운 안 전 수석에게 청와대가 채용을 요구한 ‘낙하산 인사’ 동향 등을 수차례 보고한 정황도 포착됐다. 민간기업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정당국과 특검 등에 따르면 권 회장은 김영수 씨를 포레카 대표로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인사 상황을 수시로 안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 그에 앞선 2015년 5월에는 안 전 수석이 이른바 ‘정윤회 라인’으로 알려진 한 중소 광고사 부사장 A씨를 포스코에 채용해달라고 요구해 권 회장이 A씨를 직접 만났고 안 전 수석에게 문자메시지로 인사 상황을 수시로 알렸다. 포스코는 A씨를 위해 기존에 없던 ‘철강솔루션실 전무급 자문역’을 신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지난 2000년 완전히 민영화돼 민간기업이 된 포스코가 이처럼 이행해야할 의무가 없는 청와대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필요할 경우 권 회장을 재소환해 조사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권 회장의 자질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시사저널은 권 회장의 비선실세로 통하는 측근 유 아무개 씨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통화녹음을 확보해 유 씨가 포스코 계열사 이권과 인사권 등에 개입한 정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 씨는 권 회장의 서울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동창·동문으로, 2조원 규모의 ‘벨리즈 프로젝트’, 8000억원대 규모의 ‘율하이엘더샵센트럴시티 개발사업’ 등을 성사시키기 위한 청탁을 했다.
뿐만 아니라 마치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관계처럼 유 씨가 2015년 계열사 고위실무자들을 모아놓고 권 회장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자신을 ‘밀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돼 포스코 감사팀에 투서가 들어간 적도 있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유 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포스코 계열사 이권과 인사권 등에 개입할 수 있었던 데에는 권 회장과의 관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권 회장의 연임에도 불구하고 자질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검은 권 회장 선임 과정에서 최순실 씨가 개입했다는 의혹과 포스코 자회사 대표 낙하산 인사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특검은 이와 관련해 포스코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 등을 지낸 김응규 전 포항스틸러스 사장을 참고인으로 부르고 포스코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최순실게이트 연루와 측근 유 씨의 포스코 농단 등 각종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권 회장이 연임 추천됐지만, 향후 수사 향배에 따라 권 회장이 중도하차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순실 씨의 포스코 사업 관여 사실이 명확해짐에 따라 권 회장이 이에 동조했다는 추가 의혹이나 뒷받침할 증거가 나올 경우 특검의 추가 소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