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최순실게이트’악재를 딛고 일단은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의 연임을 둘러싸고 말이 많다. 그가 현직 프리미엄 등을 업고 포스코를 다시 이끌게 됐지만, ‘최순실부역자’로 낙인찍혀 스스로 퇴진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회장 자리를 유지하게 된 것은 촛불민심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판여론이 높다.
권 회장의 연임 가도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그가 최순실을 돕는 데 앞장서고 심지어는 임원을 비롯한 일부 간부들에 대한 인사권도 최순실에 사실상 맡겨온 것과 다름없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권 회장은 포스코의 자율경영기반을 스스로 붕괴시키는 등 민영포스코에 지울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는 점에서 연임 결정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권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로 앞으로 특검 수사를 앞두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연임은 고사하고 퇴진할 수도 있어 특검 수사가 그가 연임가도에서 넘어야 할 최대 장벽이 될 전망이다.
포스코는 25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권 회장을 최고경영자(CEO) 단독 후보로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후보추천위원회가 각종 의혹에도 권 회장 연임을 결정하면서 큰 이변이 없는 한 권 회장의 연임이 확실시 될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오는 3월 10일 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를 거쳐 회장으로 재선임될 예정이다.
그의 연임 배경은 '최순실게이트' 연루에도 경영 실적이 비교적 좋은 편이어서 포스코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권 회장은 연임 문제에서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최순실 연루에 대해 자신은 떳떳하다고 강변, 이사진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앞으로 권 회장은 연임 결정을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특검수사 관문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할 경우 중도에서 퇴진할 수 있다. 권 회장의 ‘최순실게이트’ 연루 의혹의 진상이 밝혀진 것은 거의 없다.
당장 특검 수사가 기다리고 있다. 최순실측이 포레카를 강탈하려는 과정에서 권 회장이 앞장섰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최근에는 최순실의 압력과 위세로 임원과 간부진에 대한 인사권도 사실상 포기한 것 같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최순실이 포스코를 농단하도록 방치한 권 회장의 연임 결정이 정당한 것이었느냐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JTBC는 25일 방송에서 최순실 씨가 포스코 임원 인사에도 개입한 정황을 특검이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최순실 씨가 포스코 임원 300여 명의 사생활이 담긴 '사찰 문건'을 가지고 다니면서 이른바 '포스코 살생부'를 만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권 회장은 이사회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포스코 안팎에서 이것이 사실이었다는 증언이 한 둘이 아니어서 권 회장이 최순실의 의도에 맞추어 일부 임원과 간부 인사들에 대한 인사를 했다는 의혹을 벗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권 회장의 인사 무력을 입증하는 정황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기가 막힌 사실은 권 회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문자로 ‘낙하산 인사동향’을 수시로 자세하게 보고해왔다는 점이다. 포스코가 민영회사인데도 다시 정부산하 공기업으로 전락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지난 2015년 5월께 권 회장에게 한 중소 광고사 부사장이던 A씨를 포스코에서 채용해달라는 인사부탁을 했다. 안 전 수석은 특검조사에서 대통령이 유능한 홍보 인재가 포스코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권 회장에게 전하라는 말씀이 있어 권 회장에게 그런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회장은 안 전 수석의 채용 요구 이후 A씨를 만나 전무 자리를 제공하기로 하고 인사 진행과정을 안 전 수석에게 수시로 문자로 알렸다. 권 회장은 그해 6월 10일 안 전 수석에게 "A 부사장은 아침에 말씀드린 대로 공모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고 조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보고했다.
권 회장은 또 최 씨와 차은택 씨 등이 관여한 옛 포스코 계열 광고사 '포레카 강탈'에 관여한 혐의(강요미수)로 기소된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의 인사 상황도 안 전 수석에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 회장은 안 전 수석에게 "김영수 (포레카) 대표는 포레카 매각을 촉진하기 위해 곧 보좌역으로 임명할 계획입니다"(7월 20일), "김영수 사장은 경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발령 내도록 하겠습니다"(8월29일)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했다.
이 밖에도 권 회장은 최씨가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케이를 내세워 포스코에 스포츠단을 창단하도록 요구하는 과정에서 안 전 수석과 직접 협의한 정황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과 최 씨의 광범위한 이권 개입 과정을 추가 수사하면서 포스코로 수사를 전면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권 회장이 ‘최순실 부역자’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온 정황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고 그가 특검에 소환될 수 있는 입장이다. 회장추천위원회가 연임을 결정했지만, 권 회장이 최순실게이트에 이같이 깊숙히 연루돼 특검 수사 관문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할 경우 연임에도 퇴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