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중은행 자영업대출만 180조 넘어…내수침체 등에 따른 경영악화 때문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 그동안 경영악화의 심화로 대출이자를 갚기도 어려운 형편에 놓여 당장 문을 닫아야할지, 아니면 적자 수렁에서도 영업을 계속해야 할 지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인천에 사는 모 자영업자는 16일 “인근에 식당, PC방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대부분이 늘어나는 적자로 이제는 한계 상황에 몰려 있다. 인건비라도 뺄 수 있는 업소라면 그 곳은 매우 잘 되는 곳에 속한다. 대부분은 경영난 심화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빚을 내 업소를 겨우 꾸려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정부가 가계나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관리를 강화하면서 이제는 빚을 내 가게를 꾸려갈 수조차 없는 상황에 몰려있다. 불황이 갈수록 깊어지면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할 정도에 이르는 업소들이 수두룩해 얼마 안 가 폐업 도미노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량실업에 의한 사회불안이 가속화 할 전망이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통계상으로도 실증된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자영업 현황분석’에서도 전체 자영업체의 21.2%는 월 매출이 100만원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자영업자 10명 중 2명은 월 100만원도 벌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경기는 회복되지 못하는데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이들은 계속 증가하면서 자영업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현재 국내 자영업자 수는 약 570만명(2016년 10월 기준)에 달한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으로 이미 하루 평균 3000명이 자영업체를 새로 차리고 있다. 매일 2000명이 사업을 접는 것을 감안하면 매일 1000명씩 자영업자들이 증가하는 셈이다.
명예·희망퇴직자 급증에 따른 이른바 '생계형 창업'이 활발해지면서 자영업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자영업은 구조조정당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인력의 저수지’가 되고 있다.
자영업자의 증가는 물론이고 기존 자영업자들의 경영 악화가 심화되면서 대출도 급증세를 보였다. 현재는 자영업 대출이 급증세를 보인 데 반해 장사는 안 돼 대출상환부담에 허덕여 폐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자영업자가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져 자영업 대출이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가 시중은행에서 빌린 대출 잔액만 180조원을 넘어섰다.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80조4197억원으로 지난 2010년 말 96조6396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에만 16조2506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대출이 폭증했던 2015년의 22조7105억원보다 적지만, 2010년 이래 두 번째 많은 증가액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내수경기 침체와 소득정체 등에 따른 소비부진으로 고객이 대폭 줄어든 데 비해 관리비, 인건비, 임대료 등은 대폭 올라 자영업자들이 마땅한 대안이 없어 대출금으로 가게를 꾸려가는 형편이다”고 전했다.
대출금 상환능력도 약화된 상태다.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지난 2015년 자영업자 가구의 빈곤율(중위소득의 50% 미만인 비율)은 12.9%로 2014년(12.3%)보다 0.6%포인트 높아졌다. 이로 인해 은행의 대출부실도 급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