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불법행위시 지배구조개선 공약은 '여론무마용' 불과
재벌, 불법행위시 지배구조개선 공약은 '여론무마용' 불과
  • 안옥희 기자
  • 승인 2017.01.1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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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대 보고서 "이행 점검 결과 진정한 질적변화 위한 공약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분석
▲지난달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대기업들이 지배주주 등의 불법행위로 인해 기업 이미지가 훼손됐을 때 내놓는 지배구조 개선안이 여론무마나 지배주주 사면 등의 국면전환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순실게이트 파장으로 재벌개혁이 정경유착 근절의 핵심으로 대두한 가운데 지배구조 개선이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기보다 진정한 조직과 경영 혁신을 위한 목표로 삼아야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가 최근 발표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공약과 그 이행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두산·SK·현대차 등 대기업 집단이 불법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뒤 지배구조 개선과 사회공헌 등을 약속했으나, 점검 결과 비난의 화살을 피해보겠다는 단기적 대책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그룹은 에버랜드 CB(전환사채)사건 형사판결 직후인 지난 2006년과 삼성특검이 진행된 2008년 각각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구조본 해체 이후 사실상 구조본과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는 미래전략실이 신설됐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 지주회사 전환과 이건희 회장의 1조원 이상의 사재출연 약속도 아직까지 실행되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삼성그룹이 발표한 두 번의 지배구조 개선안 중 제대로 이행된 것은 차명주식 실명전환뿐”이라면서 “그러나 차명주식 전환으로 오히려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삼성생명을 통한 그룹 경영권 확보가 공고해지고 삼성에버랜드 지주회사 지정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지배구조 개선은 아무것도 이뤄진 것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산그룹도 박용오 전 두산 회장이 박용성 당시 두산 회장과 박용만 그룹 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관련 불법행위를 폭로하면서 지배주주 일가의 비자금 조성·횡령 등과 관련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2005년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일부 상장계열사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자문단 신설, 추천위 강화 등 일부 공약은 이행했지만, 유죄판결을 받은 지배주주 일가가 2007년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안의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보고서는 “결국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선안 중 현재 실행 중인 것으로 확인된 내용은 이사회 기능 강화와 서명 투표제 도입뿐”이라면서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이사회 중심 독립경영, 전문경영인 도입 등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역시 SK네트웍스 분식회계 등으로 최태원, 손길승 회장이 구속된 상태였던 지난 2004년 구조본을 폐지하고 일부 상장계열사 과반수 사외이사, 사외이사후보추천자문단 구성, 투명경영위원회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최태원 회장이 회사 자금 46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후에도 SK(주)·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유지하며 이른바 ‘옥중경영’을 펼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이 불법행위 당사자인 지배주주의 이사직 유지하면서 진행돼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이 계열사를 통한 1200억원의 비자금 조성 등 횡령 및 배임혐의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2006년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당시 공약 중 기획조정실 축소, 일부 상장계열사 이사회 내 윤리위원회 설치 등과 지배주주 보유 주식 사회 환원 등을 약속하고 이행했으나, 일자리 창출 및 협력사 지원에 대한 구체적 이행 내역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말했다.

이 같은 사례들을 종합해볼 때 기업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회사의 진정한 질적 변화를 위한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다수의 사례가 경영권 분쟁을 겪은 직후나 지배주주의 불법행위로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형사재판 판결 직전, 혹은 사면 직후 지배구조 개선 공약을 발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정한 지배구조 개선보다는 여론무마나 사면 조건 또는 보은의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라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끝으로 “기업들은 지배구조 개선을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기보다 조직과 경영 혁신을 위한 목표로 설정, 일관된 계획에 따라 중단 없이 실행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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