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우리은행의 새 이사진이 구성됨에 따라 차기 행장 인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 이광구 행장이 연임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인물이 우리은행을 이끌어 가게 될는 지가 주목된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들은 오는 4일 임원추천위원회를 열어 차기 행장 선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낙하산 인사는 배제하고 우리은행을 잘 아는 내부인사가 민영화된 우리은행을 이끌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민영화 우리은행의 첫 행장은 낙하산 인사가 들어설 가능성은 그만큼 낮다.
이광구 행장은 현직 프리미엄에 따라 일단 유리한 상황이다. 이 행장이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여기에서 나오고 있다. 뛰어난 실적은 없지만, 낙하산 은행장으로 우리은행을 대과없이 무난하게 이끌어왔고 새로 선임된 이사진이 이 행장에 우호적이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은 지난해 말에 실패를 거듭해온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이끌어 냈고 실적 개선도 이룬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물론 이 행장이 가장 큰 업적으로 내세우는 민영화 성공은 사실상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이 행장의 공으로 돌려 연임 명분으로 내세우기는 다소 약한 면이 없지 않다. 그가 다소 실적 개선을 이룬 점 말고는 뛰어난 은행경영 솜씨라고 평가할 만한 업적은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
그의 연임을 막는 약점은 적지 않다. 우선 이 행장은 스스로가 능력을 철저하게 검증 받아 행장에 오르기보다는 ‘서금회’(서강대학출신 금융인의 모임) 출신의 ‘낙하산 인사’라는 점이 연임에 걸림돌이다. ‘낙하산’ 오명의 이 행장이 최근 ‘최순실게이트’에 따른 정국불안을 틈타 박근혜정권의 낙하산 인사가 다시 연임하는데 대한 반대 여론이 높고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여기에 이 행장이 얼마 전에 낙하산 인사를 단행한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최근 정부 지분을 매각으로 민영화에 성공한 이 행장이 인사의 낙하산 인사 배제를 포함한 은행자율경영을 실현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도 정국혼란으로 감시와 견제가 허술한 점을 틈타 낙하산 인사를 단행한 것은 스스로 관치금융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높다. 과연 이 행장이 민영화의 닻을 올린 우리은행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 지에 의문표가 붙는 대목이다.
최근 이 행장은 자회사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부소장에 최광해 전 기획재정부 국장을 전격 선임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해 1월에도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소장으로 임명돼 낙하산 논란이 있었다. 금융계에서는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정통성이 약한 이 행장이 민영화 출범이 엊그제인데 낙하산 인사를 단행한 것은 스스로 연임 의지를 꺾은 행동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정책 자금을 지원받은 이후 낙하산 인사들이 끊임없이 내려왔다. 정수경 우리은행 상임감사의 경우 지난 2008년 총선 친박연대 대변인, 2012년 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를 지낸 인사로 ‘정피아’ 논란을 일으켰고,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서금회(서강금융인회)’ 논란으로 임명 당시 잡음이 일었다.
우리은행은 현재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한 정수경·정한기, 한나라당 부대변인 출신 홍일화, 새누리당 이승훈 청주시장의 처 천혜숙 등이 사외이사로 근무 중이다.
이 행장의 연임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민영화 우리은행을 맡는 첫 행장은 내부인사에게 돌아갈 것이 유력하다. 이사회 의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 신상훈 전 신한은행 사장은 오랜 은행경험에 비추어 내부인사가 은행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신 전 사장은 임시 주주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행장 추천은 다른 이사들과 논의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첫 이사회에서 의견을 나눠야 한다”면서도 “우리은행 차기 행장은 우리은행을 잘 아는 사람이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해 내부 인사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후보로는 이동건 그룹장과 남기명 그룹장이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이동건 그룹장은 한일은행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광구 행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1999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합병으로 한빛은행이 탄생한 이후 줄곧 외부출신 행장을 맞이하다 2008년 한일 출신인 이종휘 행장이 선임되며 내부출신 행장 시대를 열었다.
이후 상업 출신인 이순우 행장과 이광구 행장이 행장 자리에 앉았다. 이번에도 상업 출신이 되면 내부적으로 한일은행 출신의 불만이 있을 수 있다.
남기명 그룹장은 상업은행 출신으로 경영기획본부 부행장, 개인고객본부 집행부행장 등을 역임한 바 있어 민영화 이후 우리은행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정화영 중국법인장 등도 자천타천 행장 후보로 거론된다.
한편, 우리은행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소공로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5명의 사외이사 선임안을 승인했다. 1안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관변경의 건부터 과점주주가 추천한 노성태 전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고문(한화생명), 박상용 연세대 교수(키움증권), 톈즈핑 푸푸다오허 투자관리유한공사 부총경리(동양생명),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사장(IMM PE)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감사위원회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3안,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사장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위원으로 선임하는 4안이 특별한 반대 없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홍일화, 천혜숙, 정한기, 이호근, 고성수, 김성용 등 기존 사외이사 6명은 임기가 남았지만, 새 이사회를 위해 자진 사퇴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존 사외이사 6명이 우리은행의 성공적 민영화 마무리와 새로운 지배구조 모델의 조기 정착을 위해 전원 명예롭게 자진사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5명, 이광구 행장 및 정수경 상임감사위원, 예금보험공사가 추천한 비상임이사 1명 등 8명으로 이사회가 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