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디젤게이트’라 불리는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국내에서 2차종을 제외하고 전 차종이 판매 정지된 폭스바겐이 지난달 단 한 대도 팔리지 않아 국내 수입차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디젤게이트’로 인해 올 8월 대부분 판매차종들이 인증취소 및 판매 정지를 당하면서 처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디젤모델 ‘투아렉’과 중형 세단 가솔린 모델 ‘CC TSI'의 재고물량이 소진돼 판매량 ‘0’(제로)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11월 판매량 0대를 기록했다. 이는 폭스바겐이 지난 1987년 국내 법인 설립 이후 최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517대를 팔아 수입차 브랜드 전체 판매순위 3위를 차지했던 폭스바겐의 공백으로 수입차 시장의 판도 변화가 본격화됐다.
지난달 수입차 신규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2만2991대에 비해 15.8% 감소한 1만9361대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등록실적 2만612대와 비교해서는 6.1% 감소했다.
올 11월까지 누적 등록 대수는 20만5162대로 전년 동기(21만9534대) 보다 6.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판매량은 올해 6월부터 계속해서 하락세를 그리다가 지난달 5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같은 현상에는 수입차 시장 3위 브랜드 폭스바겐이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판매량 ‘0’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벤츠, BMW에 이어 수입차 업계 3위였던 폭스바겐이 환경부 인증 취소·판매중단으로 인해 판매량 ‘0’을 기록하면서 톱3의 위치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브랜드별 등록 대수를 살펴보면 메르세데스-벤츠 5724대, BMW 5340대에 이어 렉서스가 1167대로 따라붙어 폭스바겐의 빈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다수 보유한 비독일계 기업 혼다, 도요타, 렉서스 등이 약진하며, 배출가스 조작 문제로 휘청이는 폭스바겐의 빈자리를 채운 모습이다.
국가별 등록 점유율에서 지난달 독일산 브랜드 점유율은 60.5%로 전년 70.4%에 비해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산은 과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 74%를 차지할만큼 압도적이었으나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또한, 과거 70%가량을 차지했던 디젤차 비중도 지난달 53.5%를 기록, 전년 동기보다 38.6% 감소한 반면 가솔린 점유율은 38.7 늘었다. 하이브리드도 9.6%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디젤게이트’ 파장은 올해 누적 수입차 연료별 등록 점유율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과거 압도적이었던 디젤이 59.5%로 줄어들었고 가솔린 33.5%, 하이브리드 6.9%, 전기 0.2%로 세분화된 양상을 보였다.
한편, 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배출가스 조작 장치를 부착한 디젤차량을 ‘고연비·친환경 차량’으로 광고한 폭스바겐 한국법인에 373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허위광고에 대한 제재 수위다.
공정위는 폭스바겐 한국법인과 폭스바겐 본사, 요하네스 타머 폭스바겐 한국법인 총괄사장 등 전·현직 임원 5명을 검찰 고발 조치했다.
또한, 환경부가 폭스바겐의 리콜승인을 이달 중으로 마무리할 방침으로 알려져 연내 리콜조치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폭스바겐측은 환경부에서 리콜 승인이 나면 이를 실시하고 이후 인증 취소된 모델들에 대한 재인증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