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최순실 씨 '돈세탁' 도왔나?
KEB하나은행, 최순실 씨 '돈세탁' 도왔나?
  • 안옥희 기자
  • 승인 2016.12.06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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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 정유라에 '비거주자' 대출을 해준 것은 사실상 최 씨 돈세탁 도운 의혹
금융당국, 정 씨가 하나은행에 제출한 코레스포츠 재직증명서 유효성 검토 중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KEB하나은행이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해외송금과 돈 세탁을 적극적으로 도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금융계에 검찰 등에 따르면 KEB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은 지난해 12월 8일 이화여대 1학년이던 정유라 씨(당시 19살)에게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 재직증명서를 제출받고 국내가 아닌 독일에 사는 ‘비거주자’(외국 거주자) 신분으로 보증신용장을 떼 주었다.

정 씨는 외국거주자라는 신분으로 압구정중앙지점이 발급한 보증신용장을 근거로 하나은행 독일법인에서 38만5000유로(한화 5억7800만원) 대출을 받았다. 당시 대출조건은 연 0.8%금리에 1년 만기였다. 그러나 최근 ‘최순실게이트’가 불거지면서 하나은행의 특혜대출 의혹이 일면서 정 씨의 대리인이 이 대출금을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 씨가 KEB하나은행에서 대출받는 과정이 정상이 아니고 특혜성이 짙을 뿐더러 이 은행이 사실상 정 씨의 돈 세탁을 도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데 있다. 우선 KEB하나은행이 과연 비거주자 신분 여부를 엄격히 따져 정 씨에 대한 유로화 대출을 결정했는 지에 대한 의문에 따르고 있다.

금융관행상 통상 비거주자 신분은 외국에서 영업활동에 종사할 경우 등에 인정받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정씨가 ‘외국 거주자’ 신분으로 보증신용장을 대출을 받기 위해 압구정중앙지점에 제출한 재직증명서는 최 씨가 독일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인 ‘코레스포츠’가 발급한 서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은행들이 비거주자에 대한 대출을 해주는 과정에서는 대출리스크가 커 심사를 엄격히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KEB하나은행이 정 씨에 대한 대출심사를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없는 여지가 충분하다. 당시 정 씨는 19살로 이대에 재학중이며, 영업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대출심사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KEB하나은행측이 보증신용장을 발급해주기로 한 결정은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정상적인 대출관행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특혜의혹이 일고 있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이 재직증명서가 유효하지 않아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조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재직증명서가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질 경우 KEB하나은행은 그동안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최순실 씨가 비선실세라는 사실을 알고 특혜대출을 했다는 사실이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의문을 키우는 점은 최 씨와 딸 정 씨가 돈이 많아 구태여 대출을 받지 않아 예금을 찾아 간단하게 독일로 송금하면 되는데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에서 대출을 받은 점이다. 이 대출내용을 보면 KEB하나은행은 최 씨의 3억원짜리 정기예금과 최 씨 모녀가 공동 소유한 7만여평 규모의 강원도 평창 소재 임야를 담보로 잡고 대출을 실행했다.

최 씨가 자기의 예금을 찾아 독일로 송금하면 간단한데 굳이 외국거주자란 신분을 내세우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면서 유로화 대출을 받은 것은 ‘자금세탁’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은행의 외환취급 관계자들은 “최 씨와 같은 많은 현금을 보유한 사람들이 외국환거래법 감시를 피하고 자금추적을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이같은 방법으로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씨의 이같은 돈 세탁에는 일부 KEB하나은행 관계자를 포함한 금융 전문가들의 조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외국 거주자’ 신분에 독일 현지에서 실행되는 ‘유로화 대출’이라는 조건이 더해지면 외국환거래법의 감시망을 피할 여지가 커진다. 금융권의 한 외환분야 전문가는 “국내 거주자가 외국 부동산을 취득하기 위해 거액의 송금을 할 경우 액수와 용도 등을 신고하게 돼 있고 이를 국세청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인지하게 되는데 비거주자의 유로화 대출은 대체로 외국환거래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대출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정유라 씨 외화 대출 과정이 흔한 방법은 아니지만, 이상한 방법은 결코 아니다”라면서, “기획재정부 규정을 보면 비거주자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 ‘영업활동에 종사하는 자’라고 명시돼 있다. 영업활동에 종사하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서류(재직증명서)를 정유라 씨가 제출해서 절차대로 진행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 씨가 페이퍼컴퍼니인 코레스포츠 재직증명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 대출리스크가 큰 비거주자에 대한 대출 심사가 너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그건 기재부에 물어볼 사안”이라며, “우리가 코레스포츠가 페이퍼컴퍼니라는 사실까지 확인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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