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비판여론 거세지지 뒤늦게 금리산정체계 점검…“당국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주택대출을 비롯한 대출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 서민가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대책으로 신규 대출 심사가 강화된 데다 미국의 12월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반영된데 따라 대출금리가 껑충 뛰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정이 극히 혼란스런 틈을 타고 담합이나 한 듯 ‘동시다발’ 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린 후에 뒤늦게 금리인상실태를 점검하고 나서 뒷북대응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10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10월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금리는 3.08%로 전달보다 0.05% 포인트 상승했다. 9월 2.95%에서 3.03%로 오른 데 이어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취급액·가중평균 기준)는 연 2.89%로 9월보다 0.09% 포인트 올랐다. 이 대출 금리는 올해 들어 지난 7월 2.66%까지 떨어졌다가 8월 2.70%로 반등한 뒤 두 달간 0.19% 포인트나 상승폭이 다른 대출상품보다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예금금리는 찔끔 올라 은행들의 예대마진은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10월 예금 금리는 1.41%로 3개월 전보다 0.1% 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은행들은 기업대출로 생긴 부실을 가계대출의 예대마진확대로 메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의 대출금리에 반해 예금금리는 찔끔 올린 때문에 기준 금리 인하 요인이 없었던 지난 5월과 비교하면 주택담보대출은 5개월 만에 과거 금리 수준을 회복한 반면 수신 금리는 지난 5월 1.54% 보다 0.13% 포인트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소매금융에서 서민가계를 최대한 쥐어짜는 식의 돈 장사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수신금리는 그야말로 생색내기 수준의 인상에 그치면서도 우대이율은 인하하고 금리가 높은 수신 상품은 중단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챙기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다음달 10일부터 KB★Story통장과 KB연금우대통장의 우대금리를 2.00%에서 1.00%로 내린다. KB사랑나눔통장의 기본금리도 1.00%에서 0.50%로 낮춘다. 신한은행은 수시입출금식 ‘유(U)드림레디고(Ready高)통장’의 우대이율을 다음달 19일부터 연 최고 2.4%에서 1.2%로 깎는다. 추가우대이율도 0.4%포인트 낮췄다.
KEB하나은행은 7일부터 정기 예·적금과 상호부금의 만기 이후 지급하는 금리를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우리은행도 일부 상품의 우대금리 혜택을 축소했다.
신한은행은 금리가 높은 수신상품의 판매를 아예 중단하기도 했다. 백화점과 연계한 고금리 적금이라고 홍보했던 ‘신한 롯데백화점 러블리 적금’은 다음달 1일부터 가입할 수 없게 됐다. 러블리 적금은 기본금리 연 1.5%에 최대 연 8.5%의 리워드(환급금) 혜택을 제공, 은행 정기적금의 평균 금리보다 수익률이 높은 상품이다.
은행들이 기업대출로 거액이 물려 충당금을 쌓으면서 악화된 수익구조를 조직적인 힘을 발휘하기가 힘들어 반발이 심하지 않는 서민가계를 대상으로 한 고리대금업이 기승을 부리면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최근 금융감독원이 뒤늦게 시중은행들의 금리 산정체계 점검에 나섰다.
금감원은 당초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2% 미만의 특혜(우대) 금리에 대해서만 들여다볼 계획이었지만 대출금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뒤늦게 금리 산출 체계를 전반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 21일 열린 주례임원회의에서 금리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지속해 줄 것을 당부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3분기 깜짝 실적을 낸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찔끔 올리고 대출금리는 대폭 올리는 식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며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은 상황이어서 대출 금리를 0.1%만 올려도 소비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가계부채 증가는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비판 여론이 커지자 뒤늦게 규제에 나서는 전형적인 뒷북 행정을 보이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가 큰 사안은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