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은 '슈퍼갑' 중소납품업체는 여전히 '노예'
백화점은 '슈퍼갑' 중소납품업체는 여전히 '노예'
  • 박홍준 기자
  • 승인 2016.01.2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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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끼워팔기' 다반사, 실제수수료는 발표보다 훨씬 높아…감시해야 할 공정위는 '한통속'

[비즈온 박홍준 기자]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들의 중소납품업체에 대한 ‘갑질’은 정부의 감독과 감시강화로 표면상 많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더욱 교묘해지면서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공정위가 백화점들이 한 통 속이 돼 중소납품업체들이 백화점의 '갑의 횡포'로 부터 벗어나지 못하면서 계속 피해를 입을 상황에 처해 있다는 데 있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에 20년 간 납품하고 있는 김 모 중소기업 대표는 최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백화점은 ‘슈퍼왕 갑’이고, 납품업체는 ‘노예’인 현실이 지난 수년 동안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중소납품업체들의 현 위상에 대해 “노예와 같다. 롯데백화점의 역사가 37년 됐는데, 백화점 주력 상품인 의류와 구두업체 중에서 20년 이상 된 곳이 과연 얼마나 되나? 백화점에 들어왔다가 부도가 나서 나가고, 다시 새 업체가 들어왔다가 얼마 못 가 부도가 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납품업체의 판매수수료율이 실제로는 낮아지지 않는 것도 백화점들의 갑질이 여전함을 말해준다. 공정위는 그동안 공정거래차원에서 백화점들의 과다한 판매수수료를 낮추는 이른바 ‘갑의횡포를 시정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지난해 백화점의 중소납품업체 판매수수료율이 평균 27.9%로 대폭 낮아졌다고 최근 공정위가 발표했다.

하지만 실속을 들여다 보면 백화점들의 갑질은 더욱 지능화 되면서 수수료율이 낮아지지 않았다. 김 대표는 “백화점은 슈퍼왕갑이다. 매년 판매수수료율을 계속 올린다. 또 수도권처럼 장사가 잘되는 곳에 매장을 내려면 장사가 안되는 지방 백화점에도 ‘동반 입점’하라며 일종의 ‘끼워팔기’를 한다.”고 폭로했다.

공정위가 그동안 백화점들의 불공정거래를 바로잡겠다고 큰 소리를 쳐 왔지만 사실상 백화점들의 갑질을 외면해 온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김 대표는 공정위를 ‘백화점의 대변인’이라고 혹평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판매수수료에서 공정위 발표와 실제수수료율이 다른 이유를 알면 공정위가 백화점들의 갑질을 시정하는데 눈가리고 아웅했다는 사실을 알수 있게 된다. 백화점들은 판매수수료율이 낮아진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물타기’를 한다고 김 대표는 밝혔다. 백화점들이 공정위가 전체 납품업체들의 판매수수료율을 단순 평균해서 발표하는 것을 악용해 의도적으로 판매 비중이 작으면서 수수료율이 낮은 품목들을 여러 개 만들어 평균치를 낮추는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조사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으면서 약자의 편에서 멀어져 있다. 조사방식을 바꿔야한다는 납품업체들의 주장에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기업 간 거래에 정부가 어떻게 관여하냐’말하더라고 김 대표는 전했다.

더욱이 공정위가 최근 백화점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완화하겠다고 예고한 데 대해 김 대표는 “현실에서는 나아지는 게 없는데, 과징금을 낮춘다는 게 말이 되느냐? 그러니 백화점과 공정위가 ‘한통속’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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