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 불복 항소·명예훼손 역고소로 사태 키워…일부 소비자들 "대기업 횡포" 불매 선언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브랜드 간 지적재산권 시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화장품 업계에도 디자인 도용 논란이 불거져 기업 신뢰 추락으로 비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화장품브랜드 닥터자르트가 자사 제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사은품으로 나눠 준 헤어밴드가 디자인 스타트업 쿨이너프스튜디오(이하 '쿨이너프')의 제품 ‘더 밴드’의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이 됐다.
쿨이너프의 제품은 지난해 3월 특허청에 디자인 출원한 제품으로 논란 당시 방영되던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배우 고준희 씨가 착용해 더 호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유사하다는 의혹에 휩싸인 닥터자르트의 사은품 헤어밴드는 닥터자르트가 판촉물 제작업체에 의뢰·제작한 판촉물로 드럭스토어 올리브영을 통해 약 한 달간 2만여 개가 배포됐다.
디자인 도용 논란으로 양측은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법정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법원은 닥터자르트 판촉물이 쿨이너프 제품과 유사하다고 판정했다. 쿨이너프는 이달 초 자사 SNS를 통해 디자인무효와 디자인권리범위확인에 대한 재판에서 승소한 소식을 알리며,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관련 소식을 공유하겠다고 공지했다.
법원은 쿨이너프의 손을 들어줬지만, 소송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닥터자르트가 판정에 불복하고 항소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닥터자르트의 초기 대응이 아쉽다는 시각이 많다. 사태 초기 쿨이너프가 보낸 내용증명에 닥터자르트가 사과는커녕 직접 대면하지도 않고 변호사를 선임해 즉각 소송에 나서면서 양측의 감정이 안 좋아졌다.
또 닥터자르트는 쿨이너프가 이번 사건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입장표명했던 게시물을 토대로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쿨이너프 대표를 역고소했다. 업계에서는 법정까지 가지 않고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을 국내 3대 대형로펌까지 선임해가며, 쿨이너프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이 법정 공방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쿨이너프에 따르면 현재까지 소송에 든 비용은 최소 1억원 이상으로, 생활 소품을 디자인하는 작은 업체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다. 이에 소셜 펀딩과 정부 지원금을 비롯해 대표의 사비까지 들여 소송비용을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허심판원에 따르면 해마다 300건이 넘는 디자인 도용 심판청구가 접수되고 있다. 이러한 지식재산권 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중소·벤처기업이다. 특허청의 지난해 국내 지재권 분쟁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재권 분쟁 370건 중 중소·벤처기업이 침해당한 사건이 241건으로 65.1%에 달했다.
반면 대기업은 25건으로 6.8%에 불과했다. 중소·벤처기업의 경우 지재권 분쟁이 장기화하는 경향을 나타내는데 소송 장기화로 인한 과도한 비용 및 복잡한 피해구제 절차로 인해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쿨이너프 이강토 팀장은 “디자인 도용은 제조업계 내에 관행으로 굳어져 빈번하게 이뤄져 왔다. 우리가 디자인스튜디오 이름을 걸고 있는데 디자인권을 빼앗기면 의미가 없다고 본다. 이러한 관행을 끊는 좋은 본보기가 되기 위해 소송을 끝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쿨이너프와 닥터자르트의 소송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소비자들의 닥터자르트 불매 움직임도 감지되어 사태의 향방이 주목된다. 이 같은 불매 움직임은 디자인 도용 논란이 브랜드 신뢰를 떨어뜨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한 닥터자르트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담당자가 없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일부 소비자들은 자신의 SNS 계정에 닥터자르트를 화장품 불매기업 중 하나로 포함시킨 후 이번 쿨이너프와의 디자인 도용 논란을 이유로 불매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SNS 이용자들은 “디자인 카피해놓고 적반하장으로 대형로펌을 고용해서 불복하다니 대기업의 횡포와 다름없다”, “제품이 좋다고 해도 기업 정신이 이런 곳이면 사용하고 싶지 않다. 다른 좋은 기업 정신을 가진 제품을 쓰겠다”며 불매하겠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