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공정위가 한진그룹의 오너일가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제재를 자꾸 미루는 가운데 지연이유에 대한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져 ‘봐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그동안 한진그룹 일감몰아주기 재재를 위한 전원회의 개최를 몇 차례 미뤄왔는데 16일 열기로 한 전원회의도 다시 연기했다. 공정위측은 이날 위원장이 국회정무위원회에 참석하기 때문에 전원회의가 열리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공정위 사무처는 2개월여 전에 조원태 부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이 그룹 총수의 자녀라는 지위를 이용해 유니컨버스와 싸이버스카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한진그룹의 총수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제재를 심의하기 위해 지난 9월말 전원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2개월 간 연기해왔다. 공정위는 그동안 국정감사나 심의 일정 변경 등을 이유로 전원회의 일정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에도 위원장의 국회정무위 참석을 이유로 전원회의를 미뤘다. 이르면 다음 주에 전원회의를 열어 한진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그 때 가서 무슨 이유를 들어 전원회의를 연기할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전원회의 연기는 설득력이 떨어져 이면에서 공정위가 한진그룹 ‘봐주기’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정무위 참석은 이미 예정된 일인데 공정위가 이런 일정을 고려치 않고 전원회의 일정을 잡았다는 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무위가 이날 심사할 법안들은 공정위 소관법률로 공정위가 직접 발의한 법안이다.
“공정위가 이런 준비성 없는 주먹구구식이고 안일한 행정자세 때문에 전원회의 일정도 멋대로 바꾸는 해이한 근무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적했다.
공정위가 한진그룹 오너일가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제재를 자꾸 연기하는 진짜 속내는 한진그룹 ‘봐주기’라는 인상이 짙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공정위가 심의 일정을 최대한 연기해달라는 한진의 요청을 감안해 전원회의를 계속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측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해명한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한진 측이 정상 가격을 산정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미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한진 오너일가의 일감몰아주기와 관련 정상가격여부를 조사, 이미 심사보고서를 작성한 상태인데 한진이 정상가격여부를 따져보겠다며 전원회의 연기를 요청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어 조연아 갑질사건, 한진해운 사태 등으로 국민들의 비난여론이 높은 한진그룹의 일감몰아주기제제는 국민적인 큰 관심사라는 점에서 위원장이 주재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위원장의 정무위 참석으로 회의 연기가 불가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실무자급이 참석해도 무방하다는 점에서 연기사유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편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개인회사격인 유니컨버스와 싸이버스카이를 통해 일감을 지원받았다. 지난해까지 조 부사장과 조 전 부사장, 조현민 한진관광 대표이사가 이 두 회사 지분100%를 소유했었다.
유니컨버스는 콜센터와 시스템 통합 등 정보통신업을 하는 회사로 한진그룹 계열사와 연평균 70% 가량의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해왔다. 싸이버스카이는 대한항공 기내 잡지 광고와 기내 면세품 위탁 판매와 광고를 대행하고 있다.
한진그룹이 대한항공을 통해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를 부당 지원하는 동안 3남매는 42억 원을 투자해 모두 319억 원의 수익을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