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삼성이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60) 씨 딸 정유라(20) 씨의 독일 승마훈련에 거액을 쏟아 부은 것에 대해 대가성 의혹이 증폭되는 가운데 최근 검찰의 삼성·마사회 압수수색으로 최순실게이트 수사에 탄력이 붙고 있다. 이에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이 ‘승마’를 매개로 한 최 씨와 삼성커넥션의 핵심 고리라는 설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현 회장은 과거 삼성물산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해 삼성그룹 내에서도 영향력이 큰 인물로 알려졌다. 삼성에서 나온 이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을 역임했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마사회 회장에 선임됐으며, 박 대통령의 원로 측근 모임 ‘7인회’의 멤버로 체육계에서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꼽힌다. 지난해 2월에는 유력한 청와대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마사회장 선임 직전 황 회장이 설립했던 연구단체 ‘창조와 혁신’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특별회원으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와도 긴밀한 사이임을 추측해볼 수 있다.
현 회장은 취임 이후 삼성과 전경련 출신 인사를 마사회와 관련 재단에 대거 포진시켜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지난 2014년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마사회 자문위원과 마사회가 설립한 렛츠런재단의 이사들 중 상당수가 삼성·전경련 출신이라는 지적을 연달아 받았다.
최순실게이트에서 전경련이 모금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지난 8일 검찰의 삼성·마사회 압수수색으로 ‘승마’를 매개로 이들이 상당부분 연루된 정황이 나타나고 있어 현 회장이 삼성과 최 씨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라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사회는 현재 대한승마협회의 중장기로드맵의 초안을 작성하고 이 로드맵이 정 씨를 위한 지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박재홍 전 마사회 승마 감독을 독일에 파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 회장이 삼성과 최 씨를 연결해 정 씨의 특혜 지원 명분을 만들어줬다는 핵심고리설은 지난달 13일 국정감사에 불거졌다. 삼성이 정 씨 훈련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대한승마협회 중장기로드맵 작성에 마사회가 참여했느냐는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현 회장은 그렇지 않다며 부인했다. 또 정 씨의 독일 승마 전지훈련을 위해 박 전 감독을 파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승마협회의 요청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의 조사 결과 대한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 한글 문서 작성자는 한국마사회(KRA)로 확인돼 마사회가 중장기 초안을 작성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어 박재홍 감독의 독일 파견도 승마협회 요청에 따른 것이 아님이 밝혀졌다. 김 의원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박 전 감독은 “지난해 10월 최순실 씨 측근으로부터 현명관 회장이 파견에 동의했으니 독일로 오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씨와 현명관 회장이 전화 통화하는 관계로 알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는 지난 8일 사실이 아니라고 전면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현 회장이 박 전 감독의 독일 파견에 관여한 배경에는 최 씨와의 친분관계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 회장이 국감에서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김 의원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 회장이 최 씨와 정 씨 관련 국정감사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며 ‘국회 위증죄’로 고발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한편, 현 회장이 삼성과 최순실을 연결하는 핵심 고리로 거론되면서 다음달 4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당초 연임이 유력했던 현 회장의 향후 거취 문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