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최순실 딸 정유라 ‘명마’ 구입 등에 35억 직접 건넨 까닭?
삼성이 최순실 딸 정유라 ‘명마’ 구입 등에 35억 직접 건넨 까닭?
  • 박홍준 기자
  • 승인 2016.11.0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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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지배구조 강화 위해 비선실세 통한 정부협조 확보 의도?
금융지주사 설립이나 주가조작 조사 피하기 위해 비선실세 활용 가능성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삼성이 출연기업 중 유일하게 정유라 씨에게 명마(名馬)를 사들이도록 35억 원을 직접 건넨 배경을 두고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재계 주변에선 삼성이 이재용 체제를 굳히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를 통해 청와대와 정부의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다는 의도아래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에 가장 많은 돈을 출연한데 이어 승마협회를 거치지 않고 비선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거액을 직접 송금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재단 모금에 출연한 것을 제외하고는 추가로 최 씨 일가에 돈은 준적이 없다고 밝혀온 삼성이 이번에 정 씨의 명마 구입 등에 35억 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면서, 삼성은 걸핏하면 거짓해명을 일삼는다는 낙인이 찍혀 국민신뢰를 잃게 되는 것은 물론 검찰수사전개 과정에 따라 경영진의 사법처리 가능성도 없지 않아 귀추가 주목된다.

그렇다면 삼성은 왜, 최 씨 일가에 거액의 자금을 직접 지원했을까. 7일 재계에 따르면 재계 주변에선 삼성이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를 통해 정부와 청와대 등으로부터 사실상 협조를 구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겠냐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재계일각에서는 삼성이 지난해 9월과 10월에 걸쳐 최순실씨와 딸 정 씨의 개인회사인 비덱스포츠에 돈을 집중적으로 건넸는데 이 시기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마무리됐던 시점과 일치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삼성은 당시 이재용 체제를 확고하게 굳히는 차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했다. 하지만 미국계 투기자본인 엘리엇펀드가 합병반대를 선언하면서 많은 국내외 투자자들은 주주가치훼손을 들며 합병반대투쟁에 나서 주총에서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합병의결 주총에서 찬성과 반대의 세 대결은 팽팽해 8% 정도의 지분을 소유한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합병문제의 찬성의결 여부를 결정하는 중대변수였다. 소액주주들이 국민연금에 찬성표를 던지지 말라고 촉구했지만 결국 국민연금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삼성이 바로 정부기관인 국민연금을 찬성 쪽으로 돌리기 위해 비선실세를 통해 청와대 등의 협조를 구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쪽과 국민연금 이사장 등이 삼성물산 주총 전에 만난 사실은 이러한 의혹과 무관치 않다는 풀이도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청와대를 움직여 국민연금이 찬성 쪽으로 기울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삼성이 정씨의 명마구입 등에 거액을 직접 보낸 것은 이와 전혀 관련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는 추측이다.

특히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을 최대한 확대할 셈으로 삼성물산 주가를 조작한 사실도 직접송금과 무관치 않다는 설도 있다. 삼성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라는 것은 청와대 등 관계당국이 모두 알고 있는 상태였는데 검찰이나 금융당국이 법원판결을 전후해 대대적인 주가조작혐의에 대한 조사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정씨 대한 직접 송금으로 해법을 찾았다는 그럴듯한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은 또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간의 얽혀있는 그룹 출자구조 등을 풀기 위해 정부쪽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모금에 참여한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직접 정씨에게 송금하는 ‘독자행보’를 보였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즉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두는 문제 등에서 관련법 손질 등 정부의 협조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보다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정부협조구하기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삼성은 그동안 정씨에게 직접돈은 건넨 사실을 숨겨왔다. 공식경로는 통하지 않는 최 씨 일가에 대한 지원이 대가성을 풍길 수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라는 풀이도 있다. 더욱이 재단을 통하지 않고 정씨에게 돈을 건넨 것이 뇌물죄나 탈세등과 관련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 측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고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이외 따로 돈을 지원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 두 재단에 계열사들을 동원해 모두 204억 원을 냈다. 이는 대기업 53개사가 낸 774억 원 재단 출연금 가운데 26%로 가장 많은 금액이다.

하지만 삼성의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현재까지 최 씨에게 돈을 직접 건넨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고 전했다. 삼성이 공식적인 루트를 통하지 않고, 여러 단계를 거쳐 최 씨 모녀의 독일 회사에 돈을 보낸 것에 주목, 그 과정을 깊이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또 정유라씨를 위해 승마장을 구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문구업체인 모나미는 해외계열사를 통해 5월 독일 엠스데텐의 ‘루돌프 자일링거’ 승마장을 230만 유로를 들여 구입했다. 문구업체가 뜬금없이 독일의 승마장을 구입한 배경을 두고 온갖 추측이 나돌았다.

특히 모나미가 삼성전자와 99억 원대의 프린터, 사무기기 관리용역 계약을 맺은 사실이 나오면서, 삼성이 사실상 모나미를 앞세워 승마장을 구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중장기 지원계획에 따라 (지원이) 이뤄진 것”이라며 “승마장 구입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삼성은 이재용 체제를 굳히고 나아가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최순실 게이트’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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