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대우 매각관련 내홍에 검찰 비자금수사 등 개혁실패로 사실상 포스코 망쳐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최순실게이트' 파장으로 포스코도 흔들리고 있다. 특히 포스코를 이끌고 있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내년 3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최순실 여파로 연임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가 포스코를 '최순실게이트'의 외풍에서 막아내지 못하고 다시 최씨 일가에 휘둘려 포스코를 망치는 부끄러운 '흑역사'를 되풀이 하고 있다는 각종 정황들로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역대 정권마다 정경유착 논란으로 회장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불명예스럽게 중도 퇴임하는 등 정치 외풍에 휘말린 ‘흑역사’를 반복해왔다. 그 고리를 끊기 위해 회장 선출 시스템을 재정비해 8대 회장직에는 전문 경영인이 아닌 엔지니어 출신으로 정치권과 무관하다고 알려진 권 회장을 선출한 바 있다.
권 회장이 지난 2014년 3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후임으로 취임할 당시 포스코는 영업이익률 4.8%, 부채비율 84.3% 수준으로 최악의 경영위기를 겪고 있었다.
정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한 장기간에 걸친 검찰 수사를 비롯해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권 회장은 ‘포스코 더 그레이트’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며, 대대적인 사업개편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펼쳤다.
그 결과 포스코는 올해 3분기 4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당초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로 인해 포스코가 지난달 26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신용등급(Baa2) 전망이 상향 조정됨에 따라 권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권 회장이 현 정권과 가깝다는 소문도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데 한 몫 했다. 부인인 박충선 대구대학교 가정복지학과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과 서강대학교 동문이고 박 교수가 지난 2003년~2005년까지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으로 재직 당시 국회의원이던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게이트 곳곳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며 포스코가 또다시 정치권 소용돌이에 휘말리자 재계 안팎에서는 권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시각이 우세해진 상황이다.
포스코는 최순실 씨 소유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49억 원을 출연한 것과 관련한 의혹에 휩싸여 있고 최순실 씨 개인회사로 알려진 더블루K와 배드민턴팀 창단 논의로 접촉한 사실이 알려져 곤혹을 치르고 있다.
7일 한겨레는 최순실 씨가 포스코에 배드민턴팀 창단을 명목으로 50억~60억 원의 지원을 요구했다가 포스코측으로부터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2월 25일 더블루K의 조 모 대표는 포스코의 황은연 사장을 만나 배드민턴팀 창단을 요구했다.
보도에 따르면 포스코 관계자는 “배드민턴팀 창단 비용이 많아야 15억 원 정도인데 더블루K측에서 그 서너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요구해 지난해부터 포스코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이지 않은 거액의 지원요청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재계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역대 정권마다 정권유착 의혹에 시달려온 것을 감안하면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요구대로 거액을 내놓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권 회장이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연임 도전 여부를 밝혀야하는 현시점이 박근혜 정부가 최순실게이트로 국정 추진 동력을 크게 상실한 상태와 맞물린 미묘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최순실게이트에 연루된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포스코 광고대행 계열사였던 ‘포레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 씨 측근들에게 회사를 넘기려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최순실게이트 연루로 인해 정경유착 논란이 또다시 불거짐에 따라 정치 외압으로부터 권 회장이 ‘포스코 지키기’에 결국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권 회장이 구조조정을 단행해 성과를 달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영능력까지 검증받은 것은 아니었다는 해석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포스코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알짜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의 미얀마 가스전을 매각하려다 내부에서 ‘항명파동’이 벌어진 전례가 있다. 전병일 전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항명파동으로 인해 권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권 회장의 무능함을 폭로하는 내부문건이 돌고 대외협력실에서 만 23년을 근무해온 정 모 팀장이 청와대 앞에서 포스코의 내부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을 주장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포스코 내부 갈등이 불거졌던 상황들도 권 회장의 업적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돼 연임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들고 있다.
권 회장이 임기 만료를 5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최순실게이트 관련 각종 의혹으로 임기 중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재계 안팎에서는 현재 권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