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한국전력이 전력요금의 누진제, 즉 가정용전기요금을 무겁게 적용해온 데 힘입어 지난 3분기에도 역대 최고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한전이 가정용전력요금은 낮추고 대기업에 대한 산업용전력요금은 인상해야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누진제 적용으로 각 가정에서 부당하게 받아온 전기요금을 돌려달라며 시민들이 제기한 이른바 ‘누진제 소송’의 두 번째 판결이 오는 9일 선고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최근 한전은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5조9435억 원, 영업이익이 4조424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와 1.9% 증가 분기별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여름 폭염에 따른 전기 사용량이 급증했으나 한전의 가정용 전기요금 경감혜택은 생색내기에 그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폭염으로 각 가정의 전기사용량은 대폭 늘어난 데 따라 전기요금의 누진적용으로 가정들의 전기요금부담이 급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전이 큰 수익을 내는 과정에서 전기를 적게 쓰는 서민가계의 부담이 가장 무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한전에서 받은 주택용 전기요금 비교 자료에 따르면 8월 검침 분 전기요금이 6월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가구(100kWh 이하 사용 고객 제외)는 모두 298만1천호로 집계됐다.
또 8월 전력 사용량 구간이 누진제를 본격적으로 적용받는 300kWh 초과에 속하는 가구가 지난 6월보다 2.2배 늘어난 1138만1천호에 달했다.
지난 8월 정부와 한전은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국민 여론이 크게 악화되자 올해 7∼9월 검침분에 한해 누진구간 상한선을 50㎾h씩 높였으나 서민가계의 전력요금부담 경감혜택은 적은 상태에서 한전은 사상 최대 이익을 내 전기료를 더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다.
한국전력의 누진제 적용으로 각 가정에서 부당하게 받아온 전기요금을 돌려달라며 시민들이 제기한 이른바 전기요금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에 대한 두 번째 판결이 오는 9일 오전 10시 광주지방법원에서 선고될 예정이다.
이번 판결은 첫 번째 선고와는 다른 소비자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건이다. 법무법인 인강은 선고가 내려진 1건을 제외한 9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재는 첫 소송에서 이긴 한전이 유리한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98단독 정우석 판사는 곽상언 법무법인 변호사 등 소비자 17명이 한전을 상대로 1인당 10원씩 돌려달라고 제기한 소송에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시 정 판사는 “주택용 전기요금약관이 약관규제법에 따라 공정성을 잃을 정도로 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전기요금 산정기준 등 고시에 따르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차등요금, 누진요금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원고 측은 현재 이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누진제로 고객이 입은 피해에 대해 재판부가 제대로 법리판단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전기사업법상 누진제 관련 규정이 있다하더라도 이는 누진제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근거는 될 수 없기 때문에 누진제의 실제적 공정성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인강 측은 법원의 첫 판결은 우리 법원의 수준을 의심할 정도로 매우 부당한 판결이 었다며 이번 판결에서는 원고승소판결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현재 누진제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소비자는 모두 1만9000여 가구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