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특혜대출 부인에도 임야 담보평가방법과 실제 담보 금액 등 안 밝혀 의혹은 여전히 남아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각종 의혹과 관련한 금융거래에서는 KEB하나은행이 깊숙이 개입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참여연대는 특혜대출에 이어 하나금융이 최씨와 장기간에 걸쳐 금융거래를 해왔다는 점에서 하나금융 일부 임원진과 최씨 간의 유착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최씨의 딸 정유라에게 특혜대출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데 이어 이 은행 이 모씨가 특혜대출로 대가성 승진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금융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여기에 최 씨의 실소유 회사인 더블루케이가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장애인 펜싱팀 에이전트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더블루케이와 정상을 벗어난 금융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유착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2일 최씨가 실소유했던 더블루케이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외국인전용 카지노법인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장애인 펜싱팀 선수 계약을 맺을 때 KEB하나은행 삼성타운지점에서 통장을 개설하는 과정에서 상궤를 벗어난 계좌 개설이 이뤄지는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 측에 따르면 올해 1월 18일에 설립된 더블루케이는 스포츠 에이전트 실적이 전혀 없었는데도 지난 5월 11일 GKL과 공식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선수 3명으로 구성된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했다. GKL 측은 당시 계약금으로 1인당 2000만원씩 모두 6000만원을 지급했다.
송 의원 측은 이 돈이 선수한테 지급되지 않고 대행사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있다면서 GKL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GKL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을뿐더러 더블루케이 대표도 알지 못한다면서 의혹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있다고 송 의원 측은 밝혔다.
정상을 벗어난 선수 계좌개설
계약금이 에이전트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는 의혹은 KEB하나은행 삼성타운지점이 장애인 펜싱팀 선수들의 계좌를 개설하면서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진행하지 않은 점이 발견되면서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 지점은 독일 근무 시에 최순실 씨에 대한 특혜대출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 모씨가 근무했던 곳이다.
이상한 점은 GKL 측이 선수 3명이 삼성타운에 계좌를 개설하기 전에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외환은행측이 선수개개인으로부터 주민등록증을 확인하고 서명을 받지 않고 통장을 개설해 금융실명제를 위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고 있다.
GKL 측은 장애인 펜싱팀 선수들의 계약금을 삼성타운지점에 개설된 선수들의 계좌로 입금시켰다. 송 의원 측이 입수한 GKL의 전속계약금 회계전표에 의하면 3명의 선수 계약금을 위해 결재를 올린 날은 2016년 5월 18일이었다. 이 회계전표에는 삼성타운지점에 개설된 선수들의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삼성타운지점에서 발급된 선수 3명의 통장 개설일은 5일 후인 5월 23일이었다. 이는 선수 3명의 통장이 삼성타운지점에 개설되기 전에 GKL 측에서 선수들의 하나은행 계좌번호를 알고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계좌개설과정에서 더욱 의심스런 대목은 선수 3명이 하나은행 삼성타운지점에서 개설한 통장에 찍힌 도장이 계약서 도장과 다르다는 점이다. 송 의원 측은 지난 5월3일 이 지점에서 개설된 선수 3명 통장의 인감도장은 모두 막도장으로 크기와 서체 형태 등이 같아 도장이 한 곳에서 도장이 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지점이 선수 개개인으로부터 도장을 받지 않고 통장을 개설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송 의원 측은 이 의혹을 풀기위해 GKL 측에 해당 선수 3명의 지장이 찍힌 입출금내역을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선수 개인이 정보 유출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KEB하나은행, 11년 전부터 최씨와 금융거래
참여연대는 KEB하나은행이 최씨에 대한 특혜대출의혹과 오랜 기간 거래를 해 왔다는 점에서 최씨와 하나금융그룹 최고 경영층간의 ‘정・금 유착’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최순실 씨의 문제 부동산에 11년 전인 지난 2005년 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의 근저당 설정이 있어, 최순실 씨가 하나은행과 오랜 동안 거래한 것으로 추정했다. 참여연대 측은 최씨 소유의 강원도 평창 부동산의 일부 부동산등기부등본에 최씨와 KEB하나은행의 전신인 외환은행 압구정중앙지점 간에 2005년 근저당 설정 거래가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최씨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하나은행 이모씨가 작년 중순경 최 씨의 독일 현지법인 설립에도 관여했으며, 특혜성 대출이 집행된 시기에도 독일에서 근무하다가 올해 1월 인사발령을 통해 국내 삼성타운지점장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타운지점장으로 근무할 때도 최씨의 금융편의를 봐 주는데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으며 귀국 후에는 빠르게 임원급인 글로벌영업2본부장으로 승진, 대가성 승진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모씨가 하나은행 독일법인장으로 근무할 당시 최순실 씨의 요구를 들어줘 빠르게 승진했다고 의심된다”고 말했다.
최순실씨가 보유하고 있는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842 땅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살펴보면, 최씨는 지난 2011년 6월 23일 땅의 지분 2분의 1을 딸인 정유라(유연)씨에게 증여했다. 최순실씨가 보유하고 있는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848땅도 마찬가지다. 최씨는 이 땅의 지분 중 10분의 2를 정유라씨에게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KEB하나은행 서울 압구정중앙지점은 이 땅을 담보로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에게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했다. 최 씨의 이 땅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채권최고액은 28만9200유로에 달한다. 통상 채권최고액이 대출금액보다 약 20%가량 높게 설정되는 것을 감안할 경우 대출금액은 23만유로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를 한화로 환산할 경우 2억8천만 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KEB하나은행이 정상적인 금융절차를 거쳐 지급보증이 이뤄졌으며 특혜대출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특혜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측은 소득과 신용거래 실적이 거의 없고 갓 미성년자를 벗어난 정유라 씨에게 담보가치가 얼마에 이를지도 불분명한 임야를 담보로 잡은 것도 그렇지만 평가한 담보가치가 얼마인지, 그 중 얼마를 담보로 잡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특혜대출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평가액에서 큰 차이를 보여 담보가치가 불분명한 임야를 담보로 외화 신용공여인 스탠바이 L/C를 발급한 것은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지점장 전결로 이뤄지는 경우는 드문데 KEB하나은행이 최씨에게 이를 발급한 것은 특혜소지가 있다고 보아야한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측은 평창 토지를 담보로 최씨 딸 정유라에게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한 게 특혜라는 지적에 대해 개인도 발급이 가능하며 특혜대출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외화지급보증서는 기업과 개인 발급이 모두 가능하며 이례적인 거래가 아닌 일반적 거래로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