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게이트' 연루 포스코, 정치외풍 '흑역사' 반복되나?
'최순실게이트' 연루 포스코, 정치외풍 '흑역사' 반복되나?
  • 안옥희 기자
  • 승인 2016.11.02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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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미르·K스포츠재단 거액 출연…역대 정권마다 정치외풍 휘말린 역사 되풀이
최순실 소유 회사 더블루K와 배드민턴팀 창단 논의서 민영기업의 자율경영은 '실종'
▲포스코가 최순실 씨 소유 회사로 알려진 더블루K 전 대표 조 모 씨와 배드민턴팀 창단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여 '정권 눈치보기'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사진=JTBC뉴스 캡처)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검찰이 전경련을 통해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53개사에 대해 수사 중인 가운데 국내 1위 철강업체 포스코도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곤혹을 치르고 있다.

포스코는 최순실 씨가 설립 및 운영에 개입한 신생법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49억 원의 출연금을 냈다. 포스코 이사회 규정에 따르면 1억 원 초과 10억 원 이하 기부 찬조는 이사회에 부의해야하고 10억 원이 초과한 기부 찬조는 이사회에 앞서 재정 및 운영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도록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는 재정 및 운영위원회 사전심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미르재단에 30억 원 출연을 결정해 내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출연금을 낸 저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석연치 않은 과정을 통해 신생법인 두 곳에 거액의 출연금을 내며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포스코는 과거 정권 교체 시기마다 회장이 중도 사퇴하거나 정경유착 논란으로 수사 대상이 되는 등 정치적 외풍에 휘말려 홍역을 앓아왔다.

공기업에서 김대중 정부 시절 정부 지분이 없는 민영화로 전환됐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뀌는 시기와 맞물려 정치 역풍을 맞았던 흑역사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논란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초대 회장이자 포항제철을 일군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은 1993년 김영삼 정부 시절 뇌물수수 및 수뢰 혐의로 기소돼 불명예스럽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황경로 전 회장도 뇌물수수로 구속돼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옷을 벗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취임한 유상부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03년 자진 사퇴로 회사를 떠났다.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취임한 이구택 전 회장 역시 각종 비리에 연루돼 정권 교체 시기에 물러났다. 연임에 성공했던 정준양 전 회장도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10개월만에 국세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 압박으로 자진 사퇴했다.

이처럼 공기업이 아님에도 역대 정권교체 시기마다 수장까지 바뀌는 일이 반복되는 이유로 재계 일각에서는 “정권이 포스코를 전리품처럼 여기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즉, 오너가 없고 기간산업인 철강생산을 독점하고 있는 공기업적인 성격 때문에 정치권 입김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 연루건도 포스코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와 구조적인 요인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외에도 황은연 사장이 최순실 씨 소유로 추정되는 회사 더블루K 전 대표 조 모 씨와 배드민턴팀 창단에 대해 긴밀하게 논의한 사실과 관련해 ‘정권 눈치보기’ 의혹으로 곤혹을 겪고 있다.

지난달 31일 JTBC는 더블루K 전 대표 조 모 씨와 포스코측이 지난 1~3월까지 주고받은 통화 내역과 문자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JTBC에 따르면 포스코측은 지난 2월 23일 더블루K측과 처음 통화한 이후 미팅을 진행, 배드민턴 창단에 대한 논의를 했다.

미팅 후 포스코측은 자신들의 입장을 조 씨에게 전달했고 조 씨는 이 같은 내용을 최순실 씨에게 전했다. 조 씨는 최순실 씨에게 “포스코 측에서 배드민턴 창단에 대해서 빨리 진행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배드민턴 창단에 집중하기로 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측은 “어제 회의에서 언짢게 했다면 미안하고 오해를 풀어주길 바란다”고 정중한 사과까지 덧붙여 '정권 눈치보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배드민턴 창단 논의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에 부담을 느낀 포스코측이 최순실 씨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쩔쩔매는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이들이 나눈 대화에서도 수십억을 낸 포스코측이 아니라 돈을 받는 입장인 최순실 씨 측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포스코가 최순실 씨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과 최순실 씨가 대기업 관련 사업에 대해 세세하게 지시하고 보고 받았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항간에는 포스코가 더블루K측과 배드민턴 창단 논의를 한 것과 관련해 포스코의 황 사장과 최순실 씨의 직접적인 관련설까지 돌고 있다. 포스코의 차기 회장으로 유력한 황 사장이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있기 때문에 포스코측이 더블루K에 쩔쩔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해석이다.

또한 황 사장은 황교안 총리와 성균관대 법대 동문이자 친밀한 사이로 알려져 지난 2월 황 사장이 포스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외압설이 불거진 바 있어 이번 최순실게이트 관련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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