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 나선 이재용 삼성 부회장…'변화의 바람' 예고
책임경영 나선 이재용 삼성 부회장…'변화의 바람' 예고
  • 안옥희 기자
  • 승인 2016.10.2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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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 '이재용체제' 알리면서 지배력·책임경영 강화 차원 조기 등판
갤럭시노트7 사태 등 총체적 위기 돌파가 급선무…무노조경영관 바뀔까?
▲이재용 부회장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등기이사에 올라 책임경영 전면에 나선다. 그가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삼성을 이끌면서 권한에 상응한 책임을 지고 나아가 삼성그룹의 승계를 완료, 명실상부하게 '이재용 체제'가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 부회장이 글로벌 삼성으로의 약진을 위해 넘어야할 파고는 너무 높다. 삼성은 현재 총체적 위기로 표현될 정도로 기업의 명운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굵직굵직한 문제들에 휘말려 있다. 그가 이 난제들을 극복해 삼성의 성장과 도약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7일 임시주총에서 다수주주의 동의를 얻어 무난하게 등기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에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가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찬성을 권고했고 지분 8.69%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지난 20일 투자위원회를 열어 찬성 의견을 확정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도 등기이사 선임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서스틴베스트만 의결권 자문사 중에서 유일하게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과거 부당 주식거래로 지분을 얻은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에 대한 그룹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의 수혜자라는 이유에서다. 즉 이 부회장의 편법 주식취득에 의한 지분확대는 소액주주가치를 훼손한 것으로 이는 이사선임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며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지난 2008년 삼성비자금 특검 수사와 관련해 이건희 회장이 퇴진한 이후 8년 만에 오너일가 구성원이 사내이사로 등재되는 것이다. 오너일가가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고도 법적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지지 않고 뒷전으로 빠지는 빗나간 경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8년만의 일이다. 삼성그룹 오너일가는 현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등기이사에서 빠져있다.

이 부회장이 책임경영 기치아래 그룹을 진두지휘하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 삼성이 창사이래 보기 드문 총체적인 위기상황에 처해있다는 점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갤럭시노트7 발화로 인한 리콜과 단종 사태 등으로 수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 위기상황과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이 부회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직접 삼성을 진두지휘할 필요성이 대두됐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그는 당장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후폭풍을 잠재워야 한다. 갤럭시노트7 리콜·단종사태로 인해 내년 1분기까지 삼성전자가 총 7조원에 달하는 직간접비용을 부담해야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갤럭시노트7 사태 수습은 이 부회장의 리더십 검증의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도 그렇거니와 삼성의 미래 '성쇠'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삼성이 이재용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과감한 사업조정을 해온 데 이어 이번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재를 계기로 위기돌파를 위한 새로운 차원의 사업조정 및 지배구조 개편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주가조작을 했다는 법원판결을 받아 도덕성과 경영능력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런 부담을 안고 책임경영의 돛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강력한 리더쉽이 발휘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부회장 스스로가 제왕적 지배구조 청산을 위한 과감한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삼성의 변화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이 공고했던 제왕적 경영행태를 바로잡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왕적 경영은 명령하고 지시만 내릴뿐 책임을 지지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 등재로 법적문제도 책임지겠다고 나서면서 제왕적 경영문화를 과감하게 탈피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제왕적 경영의 적폐를 청산하고 정도경영으로 삼성의 위기를 극복하는 경영능력을 발휘한다면 '삼성특검' 등으로 실추된 삼성의 이미지를 다시 개선하고 추락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경제개혁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이 이제는 '무노조경영관'과 편법과 탈법을 상징하는 '삼성공화국' 오명 등을 바로잡을 것을 주문하고 있어 이 부회장의 책임경영이 어떤 변화의 바람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인수합병 전략으로 위기에 봉착한 삼성전자의 역량 강화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삼성전자는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조이언트, 캐나다 스타트업 광고 업체 애드기어, 북미 가전 업체 데이코를 인수해 성장동력을 확보한 상태다. 27일 주총에서는 프린팅사업부의 미국 HP 분할 매각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등기이사 등재가 삼성그룹과 이 부회장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측하는 가운데 오는 12월 초 예정된 인사와 대대적인 조직개편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요컨대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재는 이병철·이건희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출발선이 될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권한에 비례해 책임이 커지는 등기이사로서의 행보는 향후 종래의 재벌총수와는 다른 ‘이재용식 리더십’을 검증하는 리트머스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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