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정부가 부동산 투기 수요를 잡고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주택정책에 서민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17일 주택금융공사는 연말까지 보금자리론 대출대상 요건을 일시적으로 변경하고 오는 19일부터 올해 말까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변경안의 핵심은 신청 자격요건 개편이다. 지원규모를 축소하고 대출 요건을 강화해 신규 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한 취지다.
이를 위해 담보 주택가격은 9억 원에서 최대 3억 원, 대출한도는 기존 5억원에서 1억 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부부 합산 소득을 연 6000만원 이하 가구로 제한했다. 종전에는 주택구입을 비롯해 보전·상환 등을 위한 대출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대출용도도 주택구입용으로만 한정됐다. 인터넷으로 신청하는 ‘아낌e-보금자리론’은 아예 판매가 중단됐다.
일부 서민층 공급분을 제외하고는 연말까지 신규 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셈이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긴급하게 자격 제한 조치를 결정한 배경에는 지난 8~9월 보금자리론 신청이 급증한 이른바 ‘쏠림현상’ 심화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금융공사는 ‘쏠림현상’으로 인해 연간 목표치인 10조원을 이미 초과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연말까지 일정부분 공급 축소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보금자리론은 10~30년 간 원리금을 나눠 갚도록 설계한 장기 주택담보대출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돕기 위한 정책 금융 상품이다. 일반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보다 낮은 2.5~2.75% 수준의 연 금리로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운 서민층에게 대출문 역할을 해왔다.
이번 대출자격 요건 강화로 보금자리론을 이용해 집을 사려던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격요건에 맞지 않는 실수요자들은 시중은행의 일반 주택 담보대출이나 적격대출, 변동금리 대출 등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은행권 역시 지난 8월 말 이후 가계대출 옥죄기에 돌입한 상황으로 일반 은행 이용 시 보금자리론보다 최소 0.3%포인트 높은 대출금리를 부담해야한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주택 공급을 줄이는 내용의 ‘8.25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에도 불구하고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가격이 지속해서 올라가자, 보금자리론의 신규 공급을 중단해 사실상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 3구의 재건축 아파트값은 3.3㎡당 평균 4000만원을 넘어섰고 이 지역의 재건축 시장 청약률은 300대1을 웃돌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8.25 가계부채 억제 대책’ 발표 이후 9월 가계대출이 오히려 6조745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 정책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5조2791억 원으로 나타나 증가분 다수를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강남 3구를 비롯한 일부 지역의 부동산 투기 과열 양상 진화를 명목으로 서민대출 옥죄기에 나서 문제의 핵심인 부동산 투기 수요를 잡기보다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만 막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주택 시장 전반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보금자리론 중단으로 애꿎은 실수요자들에게만 대출부담 증가 피해가 전가되고 있어 부동산 투기 과열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