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고리대금업’으로 폭리…담합 의혹도
증권사 ‘고리대금업’으로 폭리…담합 의혹도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6.10.17 1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한금융투자 등 13개 증권사 기준금리 인하에도 최근 4년간 대출금리 조정 안 해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증권사들이 그동안 고객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들은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 인하와 시중실세금리 하락으로 초저금리 시대인데도 입을 맞춘 듯 높은 대출금리를 유지, 폭리를 취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증권계에 따르면 그동안 기준금리는 지난 2012년 6월 3.25%에서 현재 1.25%까지 인하 조정되면서 은행권의 대출금리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증권사가 고객들의 증권투자시 빌려주는 대출금리는 같은 기간 8.4%에서 8%로 하락하는데 그쳤다. 은행권과는 달리 증권사들은 금리를 거의 손대지 않은 셈이다.

특히 신한금융투자를 비롯한 13개 증권사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된 2012년 7월 이후 고객에 대한 대출금리는 한 번도 내리지 않아 고객들의 부담을 가중시켜왔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이들이 대출금리를 손대지 않은 배경에 담합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면서 공정위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를 보면 지난 2012년 신용거래 융자 시 1~15일 연 7.5%, 16~30일 역시 7.5%, 31~60일 805%, 61~90일 9.5%의 금리를 적용했는데 이 금리는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인하되지 않아 2016년 8월 현재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신한금융처럼 대출금리를 한 차례도 내리지 않은 증권사는 메리츠종금증권, 유진투자증권, KB투자증권, SK증권, IBK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골든브릿지증권, 부국증권, 유화증권, 토러스투자증권, 한양증권, 흥국증권 등 13개사로 전체 33개사의 39%에 달했다

일부사를 제외하고는 상당수 증권사들이 대출금리를 내렸지만 인하폭은 미미했다. 33개 증권사의 평균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2012년 6월 8.4%에서 2016년 8월 8.0%로 4년 동안 0.4%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그중 인하폭이 비교적 큰 증권사는 KB투자증권, 교보증권, 신영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으로 나타났다. 61~90일 대출의 경우 인하폭은 적게는 15.0%, 최고는 38.9%에 달했다.

이에 따라 신용거래 융자규모가 큰 회사들이 그만큼 높은 금리차익을 챙겼다. 특히 융자규모가 크면서 금리를 인하조정 하지 않는 증권사일수록 그 규모가 컸다.

증권사의 신용융자거래 규모는 기준금리 인하 직전인 2012년 6월 3조9800억 원에서 2016년 8월 7조6020억 원으로 약 91% 급증했다. 여기에 증권사들의 평균대출금리 8.0%를 적용하면  증권사들이 해마다 약 6000억 원의 이자수익을 얻고 있는 셈이다.

회사별 신용거래융자 규모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미래에셋대우(8732억 원), 키움증권(8395억원), 삼성증권(7487억원), 미래에셋증권(6944억 원), 한국투자증권(6581억원), 현대증권(6072억원), NH투자증권(5557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의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인데 예금상품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의 수신금리는 기준금리인하와 거의 동시에 재빠르게 반영됐다. 증권사들이 개인주식투자의 경우 신용융자를 받을 때에 금리수준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기준금리 인하에도 높은 대출금리를 유지해온데 반해 예대마진을 극대화할 생각으로 수신 상품에 대한 금리는 대폭 인하 조정해 왔다.

CMA를 운용하는 24개 국내 증권사 현황을 보면 기준금리 인하 직전인 2012년 6월 평균 3.24%였던 금리가 2016년 8월 1.16%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이 은행에 비해 낮은 위험 부담에도 투자자들을 상대로 대출 금리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증권사들이 수 년 간 대출금리를 낮추지 않자 담합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종석 의원은 지난 13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증권사들은 고객들이 이자율에 둔감하다는 점을 악용해 보이지 않는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증권사 간의 대출금리 신용융자금리에 대한 암묵적인 담합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진웅섭 금감원장은 “감독당국이 직접 개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암묵적 담합 등 증권사들 간에 불공정한 측면이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