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비즈온 임성수 기자] 삼성이 갤럭시노트7 발화사건에서 ‘땜질’ 처방으로 적당히 넘어가려다 끝내 기술결함을 인정하고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는 단종 결정을 한 것은 삼성의 품질경영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다른 삼성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도 동반 추락해 수출 감소 등의 타격이 예상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삼성이 이번 갤럭시노트7 발화사건 대응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사건을 숨기면서 적당히 넘어가려는 자세를 보인데 있다. 삼성은 이로 인해 정직하고 투명한 경영을 하지 않는 재벌그룹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오후 지난 8월19일 출시한 지 2개월도 안 된 ‘갤럭시노트7’을 발화문제로 단종키로 결정한 것은 ‘기술의 삼성’이 무너지는 사상 유래 없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삼성은 수출 주력 상품인 갤럭시노트7에 심각한 하자가 있어 품질경영이 허술하고 구멍이 뚫려 있다는 국내외에 시인한 셈이다. 이는 삼성이 수 십 년에 걸쳐 기술력 향상을 통해 쌓은 국제적 명성이 추락하고 있는 것으로 심각한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당장 지금까지 판매·유통된 갤럭시노트7은 리콜 대상 250만대와 신제품 생산 물량 180만대 등 약 430만대로 추산된다. 출고가(98만8900원) 기준으로 어림잡아 4조원에 달하는 거대손실을 보게 됐다.
브랜드이미지 타격에 따른 직간접적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단종조치는 삼성 스마트폰 다른 모델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려 판매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해 326억달러 규모의 스마트폰을 수출했으나 앞으로 상당폭 수출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다 심각한 문제점은 삼성의 정직성과 투명성이다. 그동안 갤럭시노트7 발화사건에 대한 삼성의 대응과정을 보면 사고 원인을 조사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본질을 숨기고 적당히 넘어가려는 자세를 보였다. 삼성은 소비자의 안전을 지키는데 사고원인이나 대책, 관련정보 등을 정직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기 보다는 미봉으로 적당히 넘어가려 했다.
이달 초 리콜 된 갤럭시노트7에서 다시 폭발했다는 한 피해자의 제보가 인터넷에 올랐을 때 삼성은 그 소비자를 돈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로 몰았다. 당시 TV조선은 “삼성 측은 피해자가 거액의 금품을 요구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마치 피해자가 보상금을 노리고 압력을 가해 폭발을 유발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 하지만 폭발을 겪은 당사자는 인터넷에 글을 올려 “금품을 요구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나중에 이 기사는 TV조선에서 삭제됐다.
삼성은 사고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해 대책을 강구하기보다는 적당히 덮고 넘어가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배터리 폭발논란으로 단종에 이르게 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의 발화원인이 당초 삼성이 밝힌 공정상 결함이 아닌 설계결함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보면 삼성은 당시 문제를 규명하기보다는 숨기는데 급급한 사실이 입증됐다.
그러나 삼성은 내부적으로 조사를 해본 결과 제품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시인, 단종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12일 갤노트7 배터리의 제조사인 삼성SDI와 ATL사의 배터리 관련 인증시험 성적서와 기표원의 현장조사보고서, 삼성의 발화원인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는 최초 폭발원인이 셀 제조공정상의 결함에 따른 것이라 발표했으나 이 보다는 설계결함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사고원인을 철저하게 밝혀내는데도 삼성은 소극적이었다. 소비자들 눈에는 삼성이 사고원인을 근본적으로 규명하기 보다는 리콜을 서둘러 판매 감소를 최소화하는데 급급하는 모습으로 비쳤다. 삼성은 당초 발화원인이 배터리불량이라고 설명했으나 환품에서 다시 발화사건이 발생하면서 사고원인이 단순한 배터리 불량이 아닌 것 같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그렇다면 삼성은 보다 철저한 원인 규명에 주력해야 했다. 단종 결정을 하기 전까지 발화 원인을 정확히 밝혀냈는지, 몰랐는지 알 수 없지만 그동안 사고원인을 투명하게 밝히는 노력을 소홀히 했다.
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교환된 제품의 다시 발생한 발화사건이 단순한 기술적 결함인지, 아니면 또 다른 요인이 있는지,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회사는 어떤 후속 조처를 취했는지 등을 소상하고 투명하게 밝혀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삼성이 발화사고 대응과정에서 사고원인을 철저하게 파악, 그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새 제품의 안전성을 100% 자신한다면 리콜에 들어갔더라면 단종 등에 따른 피해를 훨씬 줄였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삼성의 정직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불리하면 최대한 숨기겠다는 빗나간 정도경영이 화를 더 키운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