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포스코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49억 원을 출연, 최다출연순위 6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중 K스포츠재단에 대한 19억 원은 애당초 출연요구가 없어 내지 않고도 적당히 넘어갈 수 있었던 사안이었다.
하지만 포스코는 다른 출연기업들보다 3개월 정도 뒤늦게 K스포츠재단에 19억 원을 냈다. 자발적이었을까, 아니면 마지못해 응한 것일까. 이를 두고 여러 갈래의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8일 공개한 ‘재단법인 미르 설립 출연금 납부 관련’이란 제목의 문건을 보면 미르재단은 4대그룹 계열사를 비롯한 대기업들에 출연을 요청하면서 주인인 출연자들에게 기한을 정해 출연을 독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K스포츠재단 또한 적반하장 격으로 출연을 약속한 기업들에 독촉장을 보냈다. JTBC는 같은 날 방송에서 지난 1월13일 설립된 이 재단은 같은 달 25일 기업들한테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재단 설립 전 약속한 출연금을 내라고 재촉했다고 보도했다.
출연을 약속한 기업들은 재단 측의 독촉과 전경련의 할당액을 납부기한을 전후해 서둘러 돈은 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서 포스코는 특이한 케이스에 해당한다. 포스코는 애초 재단에 출연 약정서를 쓰지 않았고 설립자도 아니었는데 지난 4월 뒤늦게 케이스포츠에 19억 원을 냈다. 백혜련 의원은 이와 관련, “여러 정황에 비춰봤을 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출연했다는 걸 믿기 어렵다”며 “포스코의 뒤늦은 출연에 비추어 드러나지 않은 더 많은 기업들이 두 재단에 돈을 낸 게 아닌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재단 임원이나 전경련 등 모금주체가 포스코가 빠진 사실을 알고는 납부기한이 한참 지난 시점에서 19억 원의 출연을 요구해 포스코가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와 같은 케이스의 대기업들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백의원은 추정했다.
포스코는 적어도 K스포츠재단 출연에서는 출연요구를 받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참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아래 뒤늦게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 같다는 추측도 없지 않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이 정권에서 비자금조성 등으로 강도 높은 검찰조사를 받아온 터에 청와대 비선실세의 개입의혹이 나온 나오고 있는 기금모금에 참여치 않았다가는 미운털이 박혀 어떤 일을 당할지 알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발동됐다는 풀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MB정권과 정준양 전 회장의 유착에서 비롯된 각종 비리의혹으로 포스코그룹 전반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졌고 권오준 회장도 연루혐의가 짙었던 만큼 어느 기업 보다 모금에 적극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정 전 회장이 망가뜨린 포스코를 다시 국내최우량기업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 재무구조건전화 등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해온 권 회장이 실체가 명료하지 않은 재단에 기금출연을 서두른 것은 정도경영과 한참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