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이 갑자기 책임 경영하겠다고 나선 배경은?
이재용 부회장이 갑자기 책임 경영하겠다고 나선 배경은?
  • 박홍준 기자
  • 승인 2016.09.13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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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서노트7 폭발사고 등 ‘삼성위기’ 타계와 ‘이재용 체제’ 공식화 포석
사회적 동의 얻자면 1조 사재출연 문제와 삼성물산 주가조작 해결해야
▲ 이재용 부회장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그동안 권한만 마음껏 휘두르면서 경영실패나 위법행위 등에서는 결코 책임을 지지 않겠다며 사내이사직을 수행하지 않아 경영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갑자기 등기이사로 오르는 배경을 두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폭발사고 등으로 주가가 폭락한 12일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올렸다고 공시했다. 이 부회장은 오는 10월 임시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됨과 동시에 등기이사로서 책임경영을 하게 된다.

삼성전자측은 이 부회장이 부친 이건희 회장의 와병 후 경영권을 승계한 이후 경영역량을 보여줬고 사업 환경의 급변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책임경영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급변하는 IT산업 환경 속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 등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인 의사결정이 중요해지고 있어,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회 일원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했다”고 등기이사 선임배경을 설명했다.

이사회도 이 부회장이 그동안 e삼성 경영실패 등 경영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많았으나 부친의 병고 후 삼성을 잘 이끌어 갈수 있는 경영역량을 보여준 것이 사내이사 결정의 주요 배경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사회는 “이재용 부회장이 COO(최고운영책임자)로서 수년간 경영 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쌓았으며, 이건희 회장 와병 2년 동안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실적 반등, 사업재편 등을 원만히 이끌며 경영자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결정은 삼성의 새 주인은 이제 명실 공히 이재용 임을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실질적인 ‘이재용 시대’가 열린 것이란 해석도 있다. 삼성은 지난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사업을 쪼개고 붙이면서 지배구조를 이재용 위주로 개편하고, 사망 후 상속세 절세문제 등에도 면밀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차근차근 경영권 승계를 밟아왔다.

이 부회장은 부친의 와병 후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에 이재용 부회장이 취임한 것을 말고는 사내이사로 등재되지 않아 2년 남짓 동안 책임경영 일선에 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등기이사까지 맡게 되면서 경영권 승계가 완전히 마무리됐다는 시각이 많다.

이 부회장은 과거 삼성전자와 소니의 합작법인인 S-LCD 등기이사직을 맡은 적이 있지만, 삼성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등재된 적은 없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 부회장이 그동안 막강한 권한만 휘둘렀지 책임경영은 피하기 위해 등기이사를 맡지 않아 삼성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고, 명령만 하는 제왕적 경영폐단 등도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제 이 부회장은 책임경영으로 삼성그룹을 진두지휘하게 돼 삼성의 발전과 변화가 주목된다. 하지만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6개월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다급히 등기이사 선임을 결정한 것은 삼성이 그만큼 위기상황에 몰려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위기상황에선 모든 결정에 책임을 지는 오너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그러자면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빠를수록 좋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갤럭시노트7 폭발에 따른 전량리콜과 국내외 사용중지 권고 등으로 일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직간접적인 피해는 적게는 2조, 많게는 수십조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도 나오고 있다. 최소한의 피해만으로 삼성전자의 올해 장사는 이미 망쳤다는 성급한 진단도 없지 않다.

그가 등기이사로서 해결해야할 당면과제가 수두룩하다는 것도 그의 등재이사 선임을 앞당기는 요인이 됐다는 풀이도 있다. 최근 법원이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 시 주식 매수청구 가격이 이 부회장 등 대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쪽으로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판결을 내린, 즉 삼성이 이 부회장에 유리하게 주가를 조작했다는 사실은 이 부회장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실타래를 풀어야할 입장이다. 주주들의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주가조작 송사를 당사자인 이 부회장이 푸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삼성비자금 사건 때 이건희 회장이 사죄의 뜻으로 국민들에게 1조원 규모의 사재출연 약속을 지키는 것도 후계를 공식화한 이 부회장이 풀어야할 숙제다. 이 회장이 8년 동안이나 대국민약속을 이행해오지 않아 국민을 기만했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사재출연 문제는 오리무중 상태다.

그렇지만 이 부회장이 책임경영일선에 나서 오너경영체제를 강화키로 한 것은 오너일가는 물론 삼성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사재출연 문제를 해결해야할 책무도 안게 된다. 그런데 이 부회장이 사재출연문제를 해결치 않고 오너경영체제 강화에만 집중할 경우 이재용 체제에 대한 사회적 동의는 쉽게 얻어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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