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은 고임금·저효율 임금구조 개선하기 위해 성과연봉제 연내 마무리 ‘강행’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를 둘러싸고 은행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도입을 저지하기 위해 총파업을 선언한데 반해 은행경영진들은 정부의지가 워낙 강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어서 한바탕 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오는 23일 총파업을 벌이기로 하고 금융공기업에 이어 시중은행들이 성과연봉제도입을 시도하면 2,3차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당분간 금융권은 성과급제도입을 둘러싼 노사갈등으로 시끄러울 전망이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7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금융노조 투쟁상황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들어 대부분의 공기업들이 노사합의를 거치지 않고 성과급제도입을 강행해왔으나 노조는 성과연봉제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총파업도 불사하는 등 강력한 투쟁을 무기한으로 벌이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23일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성과연봉제 저지와 관치금융 철폐 등을 요구하며 투쟁대회를 갖고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금융노조 전체 조합원의 90%, 9만 명 이상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사측이 손쉬운 해고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을뿐더러 은행들이 새 상품을 출시할 경우 실적부담을 안고 있는 은행원들이 상품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파는 불완전판매행위가 극성을 부릴 것이라며 고객의 피해를 사전에 막고 금융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성과연봉제 도입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의 총파업방침에 따라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34개 금융노조 지부는 23일에는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대고객 안내문을 각 지점에 게시했다.
견해차 너무 벌어져 합의기대 어려워
성과연봉제도입을 둘러싸고 노사 간의 이견이 너무 커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경영진들은 고임금 저효율 임금구조를 개선하는 길은 현 호봉제 대신 개인의 실적에 기반을 둔 성과연봉제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은행권 고임금의 주요 원인으로는 호봉제를 지목하고 있다.
정부의 의지가 워낙 확고한 탓에 금융공기업들이 연초이래 노사합의를 거치지 않고 성과연봉제도입을 강행해 온데 이어 최근 들어 시중은행들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노조 측은 정부나 은행경영진과는 견해를 전혀 달리한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사측이 저성과자 해고제 도입을 함께 요구했다는 점에서 성과연봉제가 단순 임금체계 변경이 아닌, ‘쉬운 해고’의 사전작업이라는 게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노조는 불완전판매의 급증을 부르고 성과연봉제 확산이 은행들을 자산 확대 경쟁으로 내몰아 위기에 취약한 구조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지난 2012년 미국 은행의 대출담당자 130여 명이 2년간 취급한 3만여 건의 심사 자료를 조사한 결과, 성과급 수령자들의 대출승인율이 고정급 수령자보다 31% 포인트 높았으며 부도율은 28% 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성과연봉제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것은 성과연봉제 도입의 전제조건은 노사합의 논란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공기업이사회가 성과연봉제를 의결하자 노조 측은 ‘취업규칙’위반이라며 기관장을 고소·고발하는 사태가 잇따랐다. 노사합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노사갈등만 격화되는 상황이다.
도입전 전제조건 노사합의 논란은 최대 걸림돌
정부는 노사합의에 의한 성과연봉제도입이 어렵다고 판단, 뒤늦게 이의 확대를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올해 8월부터 적용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성과급 의무화 대상을 ‘전체 임직원’으로 규정했다.
고용노동부는 8월 17일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가이드북’을 내놓고, 사용자가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려고 노력했음에도 노조가 반대하면 ‘사회 통념상 합리성’ 충족을 전제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회 통념상 합리성의 판단 기준으로는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취업규칙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타당성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여부 ▲노조와의 충분한 협의 등을 제시했다.
물론 노동계는 이에 즉각 반발했다. 김준영 한국노총 대변인은 “법원이 극히 예외로 인정하는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보편적인 기준인양 제시한 것은 행정부의 월권”이라며 “법률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실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소비자네트워크, 주빌리은행 등이 주최한 '금융위기 주범 성과연봉제 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성과연봉제의 문제를 지적하고,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대책마련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