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 빚내야 살 수 있을 지경에 이르자 구조조정에 내 몰려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자영업자가 붕괴되고 있다. 장사가 안 돼 문을 닫은 자영업자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경기둔화와 내수부진의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자영업자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점포임대가 잘 나가지 않고 권리금이 사라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갈수록 장사가 어려워지면서 빈 점포가 늘어나고 상가임대나 신규분양이 저조하자 일부 분양업자들이 장밋빛 전망에 의한 홍보와 광고공세를 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음식숙박업, PC방 등에서 영세업자를 비롯한 자영업자들이 갈수록 손님은 줄고 적자폭은 커져 도저히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문을 닫거나 권리금등을 포기하고 점포를 내놓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이후 자영업자들이 전 업종에 걸쳐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의 생산부진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경기부진으로 내수소비가 침체를 지속하고 있는데 따른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특히 대내외경제의 불확실성은 가계의 소비를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자영업 고용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자영업 집중 업종에서 소득여건 개선 및 고부가가치화 진전이 지체됐다”고 진단하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이 영세업자를 중심으로 퇴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PC방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곳의 인근에 5개 정도의 PC방이 있는데 “적자가 아닌 업소는 단 한 곳도 없다면서 최근 들어 2개가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PC방 업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문을 닫는 업소가 수없이 많다면서 이 대로 가면 현재 전국에 1만개 정도로 추산되는 PC방이 올 연말에는 6천개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음식점 비롯한 대부분의 업종에서도 장사가 안 돼 많은 업소들이 폐업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음식점 같은 경우 일부업소를 제외하고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 주방 등 꼭 필요한 최소인원을 제외하고는 주인이 모든 일을 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 2012년 이후 570만 명대에 이렀던 국내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3분기 이후 550만 명대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조선업을 비롯한 취약업종에 대한 구조조정과 사드배치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수입규제강화 등에 따를 중국수출부진과 관련업종주의 주가하락, 내수경기의 지속적인 부진과 소비위축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이는 ‘김영란법’ 시행 등을 감안할 때 자영업자의 감소추세는 종래보다 훨씬 빨라질 전망이다.
자영업자 중에서도 영세자영업자들의 감소가 두드러지지만 비교적 규모 있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15년 2분기까지 160만8000명으로 늘어나는 등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올해 2분기엔 154만6000명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자영업자의 구조조정이 영세사업자에서 중대형업소에서도 이뤄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도소매업 및 음식·숙박업이 전 산업의 부가가치(명목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10.7%를 기록한 뒤 지난해 10.0%까지 떨어졌다.
지금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 돼 빚을 내서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 자영업자는 “말이 좋아 사장이지, 속을 들여다보면 극빈자다”며 자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임 연구위원은 이 보고서에서 자영업자의 부채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06.0%로 전체 평균(157.5%)에 비해 50%포인트 가까이 높은 실정이다. 임 연구위원은 “기업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임금 노동자들이 자영업으로 대거 유입될 경우 자영업 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고 경기 회복세 둔화, 김영란법 시행으로 소매 판매 및 음식업종의 업황도 그리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며 “저금리의 영향으로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소득 감소 및 폐업 등이 나타날 경우 재무건전성이 임금 근로자들보다 크게 악화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