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 차단해 회사 살리려면 김 회장 모든 등기이사서 퇴진해야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국내 게임 1위사 넥슨이 오너리스크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오너 김정주 회장이 ‘진경준 게이트’를 비롯한 각종 비리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데 더해 수사의 칼끝이 개인경영 비리의혹을 겨냥하면서 오너의 경영공백 장기화에 따른 넥슨의 경영위기는 가속화되고 있다.
게다가 넥슨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게임 ‘신작’이 흥행에 실패, 출시 한 달도 채 못돼 서비스를 종료하는 악재까지 터져 넥슨의 사세는 급격히 기울고 있다. 무너지는 김 회장 벤처신화에 경영악화까지 겹쳐 회사내부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그동안 넥슨 경영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대주주로서 등기이사를 맡으며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따라서 김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는 회사경영공백을 초래하면서 넥슨을 설립 이래 경험하지 못한 경영난으로 몰고 있다.
최근 김 회장은 자신의 비리의혹으로 회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아래 오너리스크 차단을 위해 넥슨재팬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김 회장은 더 이상 회사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등기이사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김 회장이 최대주주이면서 넥슨재팬과 넥슨코리아를 지배하는 넥슨 지주회사인 NXC 등기이사를 유지하는 한 넥슨은 오너리스크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앞으로 그가 이 자리도 내놓을지 주목된다.
넥슨의 오너리스크는 김 회장의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한 뇌물제공혐의에서 밀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검찰수사가 김 회장의 경영비리로 확대되면서 그가 넥슨재팬 등기이사를 그만둔 것과는 상관없이 넥슨에게 오너리스크는 폭탄 급으로 변해가는 모습이다.
김 회장을 둘러싼 비리의혹은 한 둘이 아니다. 진경준 전 검사장과 맞물려 있는 김 회장의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말고도 김 회장이 넥슨코리아를 넥슨재팬에 매각하면서 2조8000억 원을 횡령, 배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달 11일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 회장은 NXC가 운영하는 부동산 임대업 자회사 엔엑스프로퍼티스(구 위젯)를 자신과 부인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개인회사 와이즈키즈로 편입할 당시 부당한 내부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의혹인 즉 김 회장의 개인회사 ‘와이즈키즈’가 넥슨의 부동산 관련 자회사를 601억 원에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자회사는 강남구 신사동 호림아트센터 옆의 313빌딩을 소유한 알짜 회사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의 배임여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또 주식거래로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2006년 10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넥슨홀딩스 주식을 절반 가까이 낮은 가격으로 인수해 1070억 원 상당의 돈을 챙겼다는 의혹이다. 넥슨재팬의 주식을 NXC 벨기에 법인에 저가로 현물 출자해 회사에 7000억 원대 손실을 입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김 회장에 대한 수사를 단순히 ‘진경준 게이트’의 뇌물제공혐의에 국한하지 않고 횡령, 배임, 조세포탈 의혹으로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김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면서 여러 의혹에 대한 증거들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 비리의혹 사건이 이처럼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어 경영공백사태 장기화에 따른 넥슨의 경영위기는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설상가상 넥슨은 신작 게임 ‘서든어택2’를 흥행실패로 출시한지 얼마 안 돼 서비스를 종료하는 악재까지 맞았다. 넥슨은 최근 4년 동안 300억 원을 투자해서 개발한 야심작 ‘서든어택2’를 출시했으나 23일 만인 지난달 29일 종료한다고 공시했다.
온라인 FPS(총 쏘기)게임 서든어택2는 수년간 PC방 점유율 순위 1위를 지켜온 서든어택의 후속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FPS게임 오버워치에 밀려 형편없는 판매실적으로 거액의 투자액을 날리는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대작 게임서비스 조기 종료는 넥슨의 성장 동력이 사라졌음을 말한다.
게임업계는 넥슨이 오너리스크를 최단기간 내에 쓸어내지 못하면 회사가 걷잡을 수 없이 기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 회장이 지주회사 등기이사로 남아 있는 한 넥슨의 오너리스크 차단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김 회장이 등기이사직을 모두 내려놓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업계관계자들은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김 회장의 벤처신화가 각종 비리의혹으로 쓰인 측면이 강한 것으로 검찰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면서 “김 회장이 하루빨리 퇴진한 후 넥슨이 본원적인 경쟁력을 회복할 때 비로소 국내게임업계 1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