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발 후폭풍’에 국산화장품 ‘중국특수’ 꺾일라?
‘사드발 후폭풍’에 국산화장품 ‘중국특수’ 꺾일라?
  • 심은혜 기자
  • 승인 2016.08.0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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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수입화장품에 비관세장벽 더 높게 쌓기…문화콘텐츠 규제로 ‘한류열풍’ 시들해지면 ‘치명타’

[데일리비즈온 심은혜 기자] 화장품업체들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발 후폭풍으로 대 중국수출이 꺾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우리의 사드배치결정에 따른 중국당국의 ‘규제 만리장성’으로 그간 중국시장의 국산화장품에 대한 수요폭발로 고도성장을 누려온 활황이 시들해질 수 있는 분위기가 짙다.

이미 화장품산업에서는 사드발 ‘중국리스크’가 점차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직간접적인 규제강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문제는 심각하기만 하다.

3일 화장품업계와 코트라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정부는 화장품 수입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장벽을 더욱 높이 쌓는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은 오는 12월 1일부터 화장품 내 중금속 함유량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내용의 ‘화장품 안전기술 규범’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 규범은 중국 위생부가 2007년 발표한 ‘화장품 위생 규범’의 개정판으로 위해물질 안전관리와 감독관리 효율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체적으로 화장품을 제조할 때 사용할 수 없는 성분을 늘렸고, 화장품 사용 금지 물질을 판별하는 검사는 더욱 까다롭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내년 5월부터 중국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를 통해 수입하는 화장품에 대해서도 당국의 위생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화장품 수입과 관련한 규제분야도 한층 확대하고 있어 국내화장품사들로서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화장품과 의료기기를 대상으로 한 중국의 인허가 기준은 사드영향으로 앞으로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수입화장품 ‘따이공(보따리상)’ 규제 강화와 함께 위생허가 기준을 높이고 있다. 잇츠스킨은 대표 제품 ‘달팽이크림’을 포함해 140여개 제품에 대한 위생허가를 중국 정부에 신청했지만 10개 품목만 통과됐다. 이로 인해 잇츠스킨 주가가 부진, 지분 50% 정도를 갖고 있는 모회사 한불화장품의 연내 기업공개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중국 정부가 수입 화장품에 대한 위생허가기준 강화는 자국의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이지만 이는 허가를 받는데 오랜 시일이 걸리고 소요비용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 화장품업체들에게는 중국시장진출을 어렵게 하는 수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지난 4월부터 화장품 온라인 판매 절차도 까다롭게 바뀌면서 화장품 수출업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뿐더러 그동안 중국당국이 따이공(보따리장사)에 의한 한국산화장품 수입을 강화해온데 이어 사드배치결정 이후에는 더욱 규제할 움직임을 보여 국산화장품의 중국 수출 길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당국의 규제에도 따이공을 비롯한 비공식적·편법적 경로를 통한 수출 물량은 적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정부는 그동안 비공식 수입경로를 조였다, 풀었다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사드배치결정 이후에는 이 수출창구를 원천봉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국내 화장품 업계가 그간 큰 위험을 무릅쓰고 따이공 무역에 알게 모르게 의존해온 것은 그만큼 공식적인 수출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중국당국의 한국문화콘텐츠에 대한 규제강화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국내화장품산업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중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산 화장품이 인기가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한류열풍에서 비롯됐다. 얼마 전에 KBS가 방영,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태양의 후예’에 출연한 송혜교가 바른 립스틱이 불티나게 팔린 것은 한류열풍의 위력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이다.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한 규제 역시 강화되는 추세다. 국내 인기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경우 중국에 판권에 수출되면서 중국판 런닝맨인 ‘달려라 형제’로 방송되는데 중국 전체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기록할 만큼 선풍적이 인기를 끌었다.

최근 해당 프로그램의 시즌5 편성이 내년으로 미뤄졌는데 중국 정부의 한류콘텐츠 수입규제 기조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전통문화 지키기를 위한 조치라며 외국 판권 구입 프로그램은 황금시간대의 방송 횟수를 제한했고, 외국 판권 구입을 기반으로 신규 방송하는 프로그램 숫자도 1개로 제한했다.

한류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자 중국의 방송사들은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의 판권을 수입하고 공동 제작 등에 나서고 있는데 중국 정부가 딴죽을 걸고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국산화장품의 중국수출은 그동안 가파른 신장세를 보였다. 화장품산업 규모가 급격히 불어났고 많은 화장품사들이 중국특수로 떼돈을 벌었다. 정부는 따라서 화장품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아래 각종 지원책을 펴고 있다.

우리의 대 중국 화장품 수출 규모는 지난해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2013년부터 연평균 두배 이상의 성장의 초고도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과 미샤 등 중국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국내 화장품업체들의 경우 중국 매출 규모가 전체 해외매출의 절반을 넘어선 상태다. 화장품기업들로서는 중국시장은 결코 양보할 수 없고 더욱 넓혀야할 시장인데 사드배치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규제 강화로 화장품 중국수출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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