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비즈온 심은혜 기자] 아모레퍼시픽의 고속성장은 한계에 이른 것인가. 지난 2분기 실적이 시장기대치를 밑도는 것으로 발표되면서 이런 물음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기관투자가와 외국인들이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실적 전망을 놓고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기관투자들의 대부분은 아모레퍼시픽을 던지는데 반해 외국인들은 매수기회로 보고 대거 사자에 나서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최근 한 달 동안 아모레퍼시픽의 비중을 확대해왔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은 아모레퍼시픽주 3274억 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들의 주당 평균 매수가격은 40만8181원으로 현재가 377,500만원에 비해 7.5% 정도 평가손실을 보이고 있다.
국내기관투자가들은 외국인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기관은 하루도 빠짐없이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팔아 그 금액은 무려 4039억 원에 달했다. 주당 매도단가는 40만7999원으로 외국인 매수 단가와 별반 차이가 없다. 거의 비슷한 가격대로 기관이 물량은 내놓으면 외국인이 받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거침없는 매수세에도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맥을 못 추는 이유는 기관의 매물이 너무 많은 탓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아모레퍼시픽주를 놓고 매수와 매도 공방양상을 보이게 된 것은 2분기 실적에 대한 평가와 올해 전망에 대한 시각차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분기에 매출액 1조4434억 원, 영업이익 240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7%, 15.6% 늘어난 규모다.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 2619억 원을 8.1% 가량 밑돌았다.
김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통상 3분기에 반영하는 임금 인상 소급분을 2분기에 반영했다”며 “국내 화장품 할인점 매출이 감소한 데다 마케팅 비용이 늘면서 영업이익률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는 여전히 잘 나가고 있지만 국내부문에서 부진상을 보이고 있어 하반기 실적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최근 들어 면세점 매출증가세가 둔화세에 접어들면서 올해 성장률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나은해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2년간 주당순이익(EPS) 연평균 성장률이 47%에 달했지만 앞으로 3년간 25%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들은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사드배치결정에 따른 한국화장품에 대한 중국의 규제강화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중국인들의 한국관광을 자제토록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다, 최근 관세청이 국내면세점의 국산화장품 판매를 제한한 것 등은 분명 아모레퍼시픽 주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아모레가 급성장한 핵심시장인 중국시장에 대한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는데다 중국시장을 아시아 지역 매출이 급증하는 추세에 주목, 지금이 매수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최근 악재출현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주가가 다소 떨어졌으나 기업 가치를 결정할 변수는 변하지 않아, 즉 견실한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거침없는 매수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해외 매출의 빠른 증가 속도는 외형 성장 동력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